정부 에너지정책 전환…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커질듯
복합화력발전소 수주·풍력 설비 공급 능력 있어 기대감

고리핵발전소(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이 있던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탈석탄 시대'를 천명하자 이날 두산중공업 주가는 시가 2만 4100원에서 2만 1450원으로 마무리해 11%나 하락했다. 이어 22·23일에도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이는 문 대통령의 신규 원전·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발언이 두산중공업 핵심 사업인 발전 부문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두산중공업이 삼성물산과 한화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참여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두고 "이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중단 가능성도 내비쳤다.

◇매출 최대 4조 7000억 원 감소? = 현재 공정률 약 28%인 신고리원전 5·6호기 전체 사업비는 8조 원이 넘고, 두산중공업 수주액은 원전 주기기와 증기발생기 공급 등을 포함해 2조 원 규모다. 일각에서는 두산중공업에 매출 2조 2000억 원을 안겨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취소 가능성도 제기한다. 신한울 3·4호기는 작년부터 착공을 미뤄왔다.

지난해 두산중공업과 자회사(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포함)·두산엔진·두산건설 등) 전체 매출액에서 발전 사업 매출액은 5조 2409억 원으로 32.74%, 순매출액 기준 35.59%(4조 9317억 원)를 차지했다. 발전 사업 중에서도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주를 이뤄 매출 급감 우려가 당장은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두산중공업이 제주시 한경면 해상에 설치한 탐라해상풍력발전 단지.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20일 대신증권은 두산중공업이 수주 취소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모두 2조 6000억 원 규모(신고리원전 5·6호기 1조 4000억 원, 고성하이화력 5300억 원, 강릉안인화력 7000억 원)로 추정했고, 일부 매체는 신한울원전 3·4호기 취소 땐 최대 4조 7000억 원의 수주잔량이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천연가스·풍력 발전 비중 확대, 큰 기회 될 수도 = 이런 우려를 두고 관련 산업계와 지역경제계에서는 문 대통령 발언이 두산중공업에 상당한 기회를 함께 부여하는데도 이를 너무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최근 주가 폭락은 이 기회와 함께 수주액의 약 70%가 국외라는 점도 놓쳐서 생긴 과민 반응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새로운 기회 창출 가능성은 지난 20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이 연구원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을 근거해 낸 '신정부 전원구성안 영향 분석'에 담긴 예측치를 보면 7차 계획에는 2029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4.6%이지만 새 정부 정책을 반영하면 20%까지 올라간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지난해 18% 수준에서 2029년 66.6%로 급상승한다.

천연가스 발전량도 지난해 22.4%에서 2029년 38.4%로 올라가고 반대로 원자력은 30% → 17.9%, 석탄은 39.6% → 23.7%로 비중이 준다. 현 정부 정책 반영 시 피크 기여도 기준 전원설비 비중은 천연가스가 지난해 32.2%에서 2029년에는 무려 56.4%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하려면 2029년에는 2016년 대비 천연가스 연료설비 가동률을 약 175% 늘려야 해 복합화력·열병합발전소 신규 건설 물량 대폭 확대는 필수적이다. 최근 짓는 원전 1기당 발전 규모는 1400㎿급이며, 복합화력발전은 900㎿급으로 같은 전력량을 갖추려면 원전 2기당 복합화력발전소 3기가 감당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서울복합화력, 동탄열병합, 카자흐스탄 카라바탄 복합화력발전소 등을 수주해 건설(EPC) 혹은 핵심 기자재 공급 경험을 갖췄다. 이렇듯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국내 복합화력·열병합발전소 시장 규모도 함께 커져 두산에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복합화력발전 핵심 설비이자 고부가인 가스터빈을 현재 계획대로 2019년까지 국산화하면 영업이익 규모는 더 커진다. 가스터빈은 원전 주기기보다 교체 주기가 짧아 사업성도 뛰어나다.

여기에 2029년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20%를 차지하려면 단순 계산해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지금보다 16배 더 갖춰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기준 국내 풍력 공급실적 1위(공급 점유율 38.3%) 업체로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 등에서 시공·운영 경험을 다 갖췄다. 기준 3㎿급 풍력 발전기 생산과 함께 두산중공업은 올 4월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급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해 대형 풍력발전기도 확보해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신산업, 원전 해체 = 두산중공업은 1기 해체당 1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원자력발전소 해체 사업에 뛰어들고자 올 2월 '(발전) 서비스 사업부문'(Business Group)을 신설하고 2015년 원전해체 전문기업인 독일 짐펠캄프사와 사업협력협약을 맺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동남권에 연구소 설립 등 원전 해체 기술 확보에 전폭 지원하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도 두산중공업의 기대감 확대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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