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눈망울, 쫑긋 세운 귀 고마웠어요"
아이들과 나누는 '다문화'새로운 경험·즐거움 선사
전통인형 '와양'만들기 등창원 대암초서 진행한 수업
배려와 관심, 질문 한가득 당혹감 싹 지운 '추억'으로

'따따는 행복해'를 연재하는 비타 윈다리 쿠수마(31) 씨는 인도네시아 출신입니다. 자카르타에 있는 대학에 다닐 때 당시 유학생이던 남편과 연애결혼을 하고 계속 인도네시아에서 살다가 지난 2013년 창원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대학에도 다니는 똑 부러진 한국 아줌마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언어, 문화, 법률 등이 달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거보다 친구 찾기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제 주변에는 좋은 고향 친구가 많이 있습니다.

힘들 때 응원해주시고 도와주고 정말 좋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분들,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창원 대암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인도네시아 문화 체험 수업을 하는 비타 씨.

처음에는 언어 때문에 정말 고민했습니다. 혹시나 실수할까 봐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실수에서 오히려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은 어떤 일이든 아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하는 일이 인도네시아 문화 강사입니다. 가끔 통역도 하는데 문화 강사가 나름대로 재미있습니다. 귀여운 아이들 많이 만나서 인도네시아 문화와 전통 체험을 합니다. 아이들이 아주 흥미로워해서 저도 행복합니다.

문화 강사는 매일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좋은 경험과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좋은 발표를 하고, 아이들하고 어떻게 수업을 재밌게 진행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비타 씨와 인도네시아 문화 체험 수업을 하는 창원 대암초등학교 아이들.

다문화 도서관이나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많이 합니다. 다문화 도서관에서는 보통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아이들이 오는데, 저하고 친구하고 같이 문화 체험 활동을 합니다. 인도네시아 위치, 문화, 인사법, 전통 옷 입어 보기, 전통 악기 같은 체험을 하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발리는 나라 이름이 아니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작은 섬이라는 것 같은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한 체험 수업 중에 가장 당황했던 건 창원에 있는 대암초등학교에서 한 수업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초에 창원 다문화 도서관에 계시던 선생님께서 이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수업을 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학생이 30명이란 말을 듣고 인도네시아 손 인형인 와양을 만들기로 하고 준비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와양은 인도네시아 전통 인형으로 주로 공연할 때 쓴다. 2003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편집자 주)

인도네시아 전통 복장을 한 창원 대암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한 비타(맨 오른쪽) 씨.

제가 보통 30분이나 1시간 전에 와서 준비 상태를 확인하거든요. 담임 선생님하고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업할 학생이 30명이 아니라 3학년 학생 전체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너무 당황했지만, 다행히 제가 유에스비에 와양 이미지를 넣어둔 게 있어서 좀 인쇄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가져간 재료도 많이 부족했지만 선생님께서 다른 아이디어를 주셔서 저를 살리셨습니다. 60명 이상 수업을 해본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교실이 아니라 큰 강당에서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인도네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도 많았고, 질문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다문화 가족으로 한국에서 살면서 좋은 점과 힘든 점도 물어보기도 하고, 어떻게 한국어를 빨리 배웠는지도 궁금해했습니다. 정말 제 이야기를 많이 해 줄 수 있었고, 또 설명을 잘 이해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원래 1시간 수업이었는데 무려 2시간 30분이나 계속했습니다. 제일 당황한 수업이었지만, 제일 좋은 수업이기도 했습니다. 대암초등학교 아이들아, 항상 파이팅이야!

/시민기자 비타 윈다리 쿠수마

비타 씨와 인도네시아 문화 체험 수업을 하는 창원 대암초등학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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