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조선일보>, 청와대-민주노총 싸잡아 공격 시작
참여정부 때와 유사…노동계-정부 파트너십 지혜 절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이 '사회적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를 싸잡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수없이 펼쳐진 익숙한 풍경으로, 좌우 양쪽의 압박에 갈팡질팡했던 당시 정부는 결국 지지층 이탈 등 상당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권이 촛불 특혜로 당선됐으니 그 대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며 30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라며 "노동계는 제 세상 만난 듯 위세를 떨치고 대통령은 잔뜩 움츠리는 모습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말한 법치이고 나라다운 나라인가"라고 따졌다.

사실상 노동계 투쟁에 강경대응을 주문한 셈인데, 보수진영 전반이 마치 입을 맞춘 듯 동시다발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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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총파업 이미지.

도내 이주영(한국당·창원 마산합포)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제 아침 출근길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시위가 있었고 시민들이 큰 혼잡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고 전하면서 "정권이 바뀌니 이제 시민들 편익보다는 힘센 단체 시위가 더 우선시되나 보다. 이번 시위 허가는 정말 잘못된 경찰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26일 자 사설에서 민주노총·참여연대 등이 '주한 미국대사관 포위 시위'를 한 것과 관련해 "이들은 촛불집회 당시에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국정교과서 철폐, 전교조 합법화를 주장했다.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촛불의 요구'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들고일어나고 있다"며 "아무리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망동이라고 해도 미국 사람들이 이 행태를 어떻게 볼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보수세력 입장에선 그야말로 '꽃놀이패'가 아닐 수 없다.

시위·집회가 커지거나 격렬해지면 그 자체로 혼란과 불안을 부각할 수 있으니 문재인 정부가 곤혹스러워질 것이고, 만에 하나 강경 진압 등이 현실화되면 촛불세력과 정부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동계가 촛불집회와 조기 대선에서 역십을 전면에 내세워 각종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참여정부 초기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첫 미국 방문 직전 노동계가 대대적 파업을 벌여 곤욕을 치른 바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대화와 설득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난 두 정부에서 워낙 억눌린 탓에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많겠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21일 일자리위원회 회의)고 호소했으나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기 때문이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23일 열린 일자리위원회 정책간담회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건 미루지 말고 추진해달라"며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노동시간 단축,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접수 등은 즉각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태도가 강경하자 정부 쪽 기류도 심상치 않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26일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총파업을 할 때가 아니고 일자리 혁명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 힘든 길을 가는 대통령을 도울 때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요구한 적폐 청산 등을 문 대통령이 앞장서 실천하고 있지 않으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부나 노동계나 '고도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독점자본 견제, 경제 민주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최우선 화두로 공유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각자 주고받을 것을 잘 찾아 서로 제시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노동은 파업이나 시위보다는 노사정위원회 정상화 등 제도적 채널과 권한을 요구해야 하고, 정부는 노동 또한 협치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것이라 보지만 물리적 진압이나 충돌은 절대 안 된다. 계속 물밑에서 대화하면서 공동 작전을 짜고 생산적인 방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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