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지방분권 시대를 준비하자] (4) 지방이 살 길은

“지방분권 운동은 독립운동처럼 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가 있다.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그는 “지방분권은 결코 정부 정책 차원으로 실현될 수 없다. 그것을 시혜라고 생각하는 권력자들에게 궁극적 분권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경제적 양극화, 남북한 분단모순과 함께 지방의 중앙 종속은 한국사회 3대 모순 중 하나”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부연설명을 듣지 않을 수 없다.

◇독립운동처럼 해야 = “일제 치하 독립운동과 지방분권운동은 세 가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최우용 교수 설명은 이렇게 시작됐다.

“첫째, 일제 치하에서의 독립운동이 그러했듯이 분권운동 역시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고독하고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고독한 싸움, 그 아득한 길을 걸었던 안중근, 윤봉길 의사처럼 지방분권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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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분권운동의 우군 역시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중앙의 권력도, 국가의 기존 기득권(국회, 중앙관료조직, 서울지역 언론 등) 그 어느 하나도 지방분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분권을 잘 몰라서 또는 지방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지방분권을 싫어하는 이들이 지역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은 분권운동의 어려움을 웅변해 주고 있다. 분권운동은 이들과 소통하고 협의하고 때로는 싸워나가야 한다. 분권운동의 동력을 최고로 올리기 위해서는 분권운동을 뒷받침해 줄 지역 내의 화합과 결속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심적인 내용이다. 권력, 기득권을 가진 존재들을 깨부수었던 독립운동이 차라리 단순했다. 분권운동은 그 존재들을 설득해서 권력을 내놓으라고 해야 할 판이다.

“셋째, 독립운동이 그러했듯이 지방분권은 언젠가는 이루어야 하는,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시대적 ‘정의’라는 점이다.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패망이라는 국제적 환경 변화와 독립을 향한 국민의 열망과 독립운동 투사들의 고군분투 때문이었다.”

그래서 최 교수는 “죽을 각오로 분권운동을 하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우리 생애에 요원할지도 모른다. 세계사를 바꾼 것은 중앙의 권력과 기득권이 아니었다. 세계 4대 문명도, 로마의 시작도, 현대 일본을 있게 한 메이지 유신도, 모두 변방에서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자”고 결론을 내린다.

◇어차피 권력투쟁이다 = 이번에는 ‘권력투쟁론’이다. “원하고 요구하고 싸워야 획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 주장이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 근대문명은 이전 봉건국가를 극복하고 중앙집권형 근대국가를 만들었다. 18~20세기 전반의 과정이 그랬다.”

최 교수는 중앙집권체제 뿌리를 18세기 이후 서구 산업화 과정에서 찾았다. “1980년대는 세계적으로 중앙집권체제의 정점에 해당됐다. 하지만 80년대 말 소련 등 동구 사회주의국가 붕괴, 탈산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본주의 속성 자체의 중앙집권체제 탈피현상이 강화되면서 국가 간 연합과 지방분권, 신자유주의 추세가 강화됐다. 유럽 등 서구 국가에서 강력한 지방분권 선언이 잇따랐다.”

최 교수는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지방자치의 탄생·성장·완성 과정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체제의 변화, 주체의 요구, 시대 흐름의 요구였다. 절대 정권과 권력자, 권력집단의 시혜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다. 정치권력은 결국 뺏고 빼앗기는 성격을 갖고 있다. 원하고 요구하고 싸워야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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