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의 빈곤' 현대인 식단 불균형으로 영양 부족
신선 채소·과일·미정제 곡물 '지중해식 식이' 권장

"건강하려면 어떤 것을 먹는 게 좋나요." 환자들이 병원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환자에게 주위에서 이런 저런 '몸에 좋은 식품'을 많이 권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정요한 과장의 도움말로 뇌졸중 예방을 위한 식사 요법에 대해 알아본다.

Q. 음식으로 뇌졸중 예방이 가능한가요?

A. 인터넷이나 방송 등을 보면 특정 식품을 먹고 병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정 과장은 음식이 질환에 영향을 주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먹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뇌졸중 예방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검증된 바 없다"며 "매스컴 등에서 뇌졸중 예방을 위한 음식을 많이 소개하고 있으나 대부분 효과는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전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여러 위험 인자를 관리해야 한다. 즉 적절한 혈압, 적절한 콜레스테롤 수치 유지, 혈당과 체중 조절 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은 부작용 등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음식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정 과장은 조언했다.

정 과장은 "적절한 약은 필요하다. 급성기 통증 조절을 잘 하지 않으면 뇌에 통증이 각인돼 만성 통증이 될 수 있다. 이때는 투약반응이 떨어질 수 있다. 문제는 약이 아니라 약의 오남용이다"라고 설명했다.

Q. 건강한 식생활이란 무엇인가요?

A. 필수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이 건강한 식단이다. 필수 영양소는 인체 성장 발달과 유지에 꼭 필요한 것들로, 부족하면 여러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여러 대사 과정을 돕는 데 필요한 양념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몸에 좋은 것'을 많이 먹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는 것이 식이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정 과장은 "하나만 많이 먹기보다는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식단 불균형이 문제다. 영양 과잉이라는 현대 사회에 영양 부족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각보다 많다. 특히 고령이거나 삼킴 장애(연하장애), 뇌졸중 환자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Q. 동맥경화증이 있는데,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나요?

A. 정 과장은 "고기를 전혀 먹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식습관"이라며 "단백질은 음식을 통해 매일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전체 하루 필요 에너지 권장량의 15~20% 정도"라고 충고했다.

양질의 단백질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기름 없는 살코기, 껍질 벗긴 닭고기 등을 먹는 것이 좋다. 고기를 삼키기 힘든 환자는 콩으로 대체할 수 있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외식.

정 과장은 "외식은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어 삼가는 것이 좋다. 첫 번째 문제는 염분이다. 외식 음식은 대부분 염분이 많다. 당분도 많다. 두 번째 문제는 과식이다. 예를 들어 고깃집에서 외식하면 한꺼번에 고기를 많이 먹게 된다. 음식은 일정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정한 섭취'가 중요한 이유를 정 과장은 좀더 설명했다. 약제를 처방하거나 할 때 평소 환자의 기준에 맞춰 하게 되는데, '평소 상태'가 깨지면 적절한 약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 해도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일정하게 먹는 것이 좋다.

Q. 짜게 먹는 것이 왜 나쁜가요?

A. 짠 음식은 혈압에 나쁜 영향을 준다. 고혈압은 뇌졸중 위험인자 중 첫 번째로 꼽힌다.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고혈압 발생 자체도 줄일 수 있다. 소금 섭취는 하루 2.4g 이하로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1.5g 미만으로 섭취하는 것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일반인의 하루 소금 섭취를 5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평균적으로 15g 정도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평상시 섭취하는 소금의 양을 3분의 1로 줄여야 한다.

창원파티마병원 신경과 정요한 과장. /이원정 기자

Q. 건강보조식품이나 혈액 순환제는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A. 정 과장은 "건강보조식품이란 말 그대로 보조하는 식품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건강보조식품은 의학적으로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된 것도 있고, 또 전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개인에 따라서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식품도 있다"며 "예를 들면 과도한 미네랄의 섭취는 염분의 증가를 유발해 혈압을 올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혈액순환제도 어느 정도 혈액 순환이나 혈관 기능 개선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나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Q. 지중해식 식이는 무엇인가요?

A. 정 과장은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고칼로리를 피하고, 저지방식, 그리고 채소를 많이 먹을 것을 권했다. 소금, 당, 콜레스테롤을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저지방의 지중해식 식단을 추천했다. 지중해식 식이는 신선한 채소, 과일, 통밀과 같은 미정제 곡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저지방 식이는 저지방 유제품, 가금류, 콩, 올리브오일, 견과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다. 뇌졸중 예방을 위한 식이로 미국심장학회·미국뇌졸중학회(AHA·ACA)의 뇌졸중 진료 지침 상에서 추천하는 식사(식이)요법이다.

하지만 이때도 너무 과한 것은 피해야 한다. 올리브오일이 좋다는 이야기에 이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사람도 있다.

정 과장은 "올리브오일도 기름이다. 과하면 좋지 않다. 일정량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Q. 약과 상호작용하는 음식은 없나요?

A. 뇌졸중 치료에 쓰는 약 중에는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가 있다. 항응고제 중 와파린은 음식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약이다. 와파린은 녹색 채소 등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K와 만나면 약효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와파린 복용 환자는 녹색 채소를 먹지 말아야 할까.

정 과장은 "늘 먹는 만큼, 일정량의 비타민K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상관없다. 이를 고려해서 처방하게 된다. 다만 갑자기 비타민K가 들어간 음식을 과식하거나 갑자기 먹지 않거나 하면 와파린의 항응고 작용에 변화가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Q. '한잔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되나요?

A. '술 한잔' 정도는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건강에 오히려 좋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 과장은 "술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는데, 이는 주로 와인을 연구한 것이고, 하루 반잔 기준이다. 술은 신체에 다각도로 작용하는데, 소량이 혈액 순환에는 도움 될 수 있지만, 간이나 뇌 등 다른 기관에는 좋지 않은 영향도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환자들에게 술을 아예 마시지 말라고 말한다. 술이라는 것이 자제가 힘들다. 반잔이 반잔으로 그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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