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비리 관련 윤리위원회 보고서에 의혹 제기
"캐머런 총리, 취리히서 정몽준 만나 투표 요청"

국제축구연맹(FIFA)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리 의혹 관련 윤리위원회 보고서에는 한국과 잉글랜드의 '투표 거래' 의혹도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2월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를 앞두고 스위스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자와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등의 회동이 있었다.

당시 잉글랜드는 2018년 대회 유치에 도전했고, 한국은 2022년 대회 개최를 원하던 상황이었다. 두 대회 개최지 선정은 동시에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캐머런 총리가 정 명예회장에게 잉글랜드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했고, 정 명예회장은 잉글랜드 측이 한국에 투표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는 게 보고서 내용이다.

잉글랜드의 제프 톰프슨 유치위원장은 애초 한국에 투표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의 제안에 동의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지난 2010년 2022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정해 발표하는 블라터 전 FIFA 회장. /연합뉴스

조사 내용만을 토대로 보면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윤리위 견해다.

보고서는 "정 명예회장은 투표와 관련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며 "정 명예회장이 부인하는 것보다 톰프슨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서도 의혹을 시인하는 게 훨씬 더 신뢰성이 있다"고 평했다.

한국과 잉글랜드 간의 투표 합의 의혹은 2014년 12월 영국 신문 <인디펜던트>의 보도로 불거졌다. 당시 인디펜던트는 "한국은 잉글랜드와 약속을 파기하고 러시아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에 대해 "특정 국가와 투표를 교환하기로 밀약하는 것은 FIFA 규정에 어긋나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라며 정면으로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보고서에는 잉글랜드 유치위원회가 각국의 지지를 구하는 과정에서 니콜라스 레오스 남미축구연맹 회장으로부터 여왕과 만남이나 기사 작위를 요구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잭 워너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회장을 위해서는 잉글랜드 축구클럽에 워너 회장 '양아들'의 일자리까지 알아봐주기까지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2018년 월드컵에는 영국, 러시아, 포르투갈과 스페인(공동개최), 벨기에와 네덜란드(공동개최)의 4개 그룹이 유치를 신청했고, 2022년에는 한국과 카타르, 미국, 일본, 호주가 신청했다. 투표 결과 2018년 개최지는 러시아, 2022년은 카타르로 결정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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