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여당서 지방선거 준비" 보수텃밭 경남 기류 변화 꿈틀
국정농단 사태·대선 결과 영향 지역위원회 입당 문의 활발
민주당 "검증작업 신중할 것"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 등 도내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잇따라 몸집이 커진 여당(더불어민주당) 당적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경남이지만 희대의 국정농단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붕괴되고 바른정당이 맥을 못 추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80%를 넘나들고, 도내 민주당 지지율도 올 들어 30%대를 유지하는 등 정치 지형 변화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직 단체장 입당 러시 물꼬 트나 = 무소속이던 양동인 거창군수가 민주당 입당을 신청했다.

양 군수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경남은 특정 정치세력이 지역 리더 역할을 영구히 독점하는 체제가 지속돼 왔는데 이제는 바꿔 새 거창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며 민주당 입당을 공식화했다.

양 군수는 회견 직후 민주당 산청·함양·거창·합천지역위원회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 한국당을 탈당한 권민호 거제시장의 민주당 입당도 관심거리다. 권 시장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남아있지만 민주당 입당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권 시장은 지난 3일 민선 6기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때 민주당 입당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직 시장이기 때문에 가볍게 입당하기는 어렵다. 민주당 영입케이스로 입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입당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권 시장이 영입케이스를 고수하는 건 민주당 입당이 대선 후보 때부터 문 대통령의 요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거제가 문 대통령 고향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데다 행정 능력과 정무 감각을 겸비한 이름값 높은 경남도지사 후보군이 당장 없는 민주당이 권 시장을 전략적으로 접촉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들 외에도 현직 한국당 소속 기초단체장의 민주당 입당 타진설이 한 지역에 잠시 돌기도 했다.

문제는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이들의 여론이다. 권 시장 입당이 미뤄지는 이유는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인사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군수도 앞으로 이 같은 일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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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영입 인사 움직임 활발 =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에 입당해 문 대통령 당선에 이바지한 인사의 출마 사전작업도 활발하다.

김해연 전 도의원은 거제시장, 조성환 전 밀양·창녕경찰서장은 밀양시장, 전수식 전 마산시 부시장은 창원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경남미래발전연구소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활용해 '저도' 반환 같은 거제 현안 관련 언론 기고 등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조 전 서장은 지난 대선 민주당 밀양시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활약한 후 지역민과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또 택시 운전이 현업인 전 전 부시장도 지난달부터 페이스북 활동 재개와 방송 출연 등으로 마산해양신도시를 비롯한 창원시정 관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당 "도당에서 애써 모시는 건 아냐" = 최근 몇몇 언론에 합천군수 출마 예상자로 거론된 윤재호·정재영 전 합천군의원 사례도 재미있다. 이들은 언론에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민주당' 소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경남도당은 "이들은 민주당 당적을 가지지 않은 무소속"이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그만큼 민주당으로 출마하려는 인사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호영 도당 조직정책실장은 "참여정부 시절에는 도당에서 인사 영입에 사활을 걸고 매달려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 출마를 타진하는 사람이 많고 지역위 차원에서 검증작업을 하고 있다. 당으로서는 무척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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