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통영 원문성터 보존·고층건물 동시에 허용 '논란'

아파트 건립 과정에서 발견된 통영 원문성터가 '장대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상징성에도 '아파트 담벼락 쯤'으로 전락할 판이다.

문화재청 전문위원 5명은 지난달 27일 성터 현장에서 '성벽 내외벽 기저부로부터 각 7m를 현지 보존 조치하고 성토', '현지보존 조치된 사업대상지를 제외하고는 사업 시행해도 무방'이라고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8일 관련 공문을 경남도와 통영시 아파트 시행사에 통보했다.

문화재청 공문은 성터와 7m를 띄운다면 20층 안팎 1000여 가구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다는 결정이다.

통영시에 따르면 문화재청 결정에 따라 아파트건설 시행사는 원문성터 위에 건립예정이었던 아파트 23층, 80가구 1동을 지을 수 없게 됐다. 대신 사업자는 다른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등 방법으로 이를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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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굴된 원문성터 일부./경남도민일보DB

문제는 원문성터 위에 계획됐던 아파트 한 동이 통째로 없어지면서, 성터와 가장 가까운 아파트와 성터까지 거리가 45m 정도란 점이다. 즉 현재 발굴된 높이 1m 정도인 성터가 23층 70m(1층 3m를 기준으로 할 때) 정도 거대 빌딩 아래 초라하게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임진왜란 후 삼도수군통제사가 건립한 원문성은 고종 11년 〈승정원일기〉에 '바다로 들어가는 가장 좁은 곳에 원문(轅門)을 설치했다. 본영까지 십리의 거리로 아주 장대하다. 견고한 배방지로서는 제일이다'라고 기록했다.

발굴된 원문성터는 아파트 건립지 위 폭 3.5~4m, 길이 97m로 산 언덕에서 바다 끝까지 뻗어 있다. 이 상태에서 아파트를 완공하면 '장대하다'고 했던 원문성은 높이 1m 정도 '조잡한 돌담' 수준으로 보존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역사적 문화재가 아파트 담벼락 수준으로 보존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영 문화단체인 통영향토사연구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지난 6월 애조원지구 도시개발사업 시행업체가 의뢰한 학술자문회의에서 이른바 전문가가 '(이번에 발굴된) 원문성은 조잡한 돌담 수준'이라거나 '말이 도망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목장성 수준'이라고 저평가한 것으로 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성터에서 7m 정도를 띄워 아파트를 건립하게 된다"며 "문화재위원들이 심의를 한 부분이다. 다시 심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는 "인허가권자가 아니어서 답변하기 곤란하다. 이 문제가 이슈가 돼 본의 아니게 손해를 입고 있다. 사업도 차질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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