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기업 미래 먹을거리 뭘 준비하나] (6) 한국지엠㈜
2011년 '쉐보레'도입·작년 최대 내수 판매실적에 점유율 껑충
창원공장, 한국 최초 경차 전문…최우선과제 전기차·자율주행

최근 들어 GM의 독일 오펠사 매각, 군산공장 생산시간 단축 등으로 국내에서 한국지엠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지난해 내수 판매가 급증한 사실과 글로벌 GM(제너럴모터스) 자회사 중 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까지 거느린, 전 세계 7곳뿐인 GM 종합사업장 중 하나가 한국지엠이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에 생긴다. 한국지엠은 여전히 글로벌 GM 내 중요한 수출과 내수 허브이다.

◇IMF구제금융, 대우자동차, 그리고 쉐보레 = 1997년 말 한국은 IMF구제금융 시대를 거치며 혹독한 구조조정 시기를 맞는다. 한보철강 사태를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속속 매각되거나 공장 문을 닫았다. 국내 2∼3위를 다투던 완성차업체 '대우(DAEWOO)'도 2002년 GM 품에 안겼다. 보통 외국 자본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 성장이 멈추거나 더뎌지는 것과 달리 한국지엠은 지난 16년간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잘 갖춰진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를 통한 자체 제품 개발·생산을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부평공장을 본사로 둔 한국지엠은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은 1만 6000명으로 창원·부평·군산·보령 등 국내 4개 사업장에서 연간 92만 대 완성차, 140만 대 엔진과 변속기 생산능력을 갖췄다. 또한, 기술연구소, 청라 주행성능시험장 등에 수천 명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회사로 해마다 수십만 대의 완성차와 100만 대 반제품(KD)을 수출하고 있다.

GM코리아 CI. /한국지엠

한국지엠은 2011년 새로운 도전과 글로벌화를 동시에 수행했다. 바로 GM의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Chevrolet)'를 한국 생산 전 차량에 도입했다. 더불어 지엠대우에서 '대우'를 떼고 '한국지엠'으로 회사명을 바꿨다. 쉐보레 브랜드로 생산하는 차종을 보면 승용차는 스파크·아베오·크루즈·말리부, 레저용 차량(RV)으로는 트랙스·캡티바·올란도 등이 있다. 더불어 승용차 임팔라, 전기차 볼트EV, 스포츠카 카마로가 GM에서 직수입돼 판매 중이다.

◇한국지엠의 옥동자, 창원공장, 그리고 스파크 = 공장별 생산 차종을 보면 인천 부평 말리부·아베오·트랙스·캡티바로 가장 많고, 군산에서 올란도·크루즈를 만들고 있다. 창원은 스파크와 다마스·라보 등 경상용차에 최적화한 공장이다. 보령공장은 완성차 생산 없이 트랜스미션만 생산한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파크는 지난해 국내 경차시장 판매 1위, 전체 차종 중 판매 5위를 기록한 한국지엠 최대 히트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시장으로도 수출된다. 스파크는 독보적인 주행 성능과 탁월한 연비, 경차 이상의 안전성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지난해 7만 8035대, 올 6월까지 2만 대 이상 팔려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창원대로 1124)에 있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약 73만 1400㎡ 터에 연간 20만 대의 완성차와 51만 대 엔진 생산능력을 갖췄다. 1991년 국민차로 불리던 국내 최초 경차 '티코(Tico)'로 시작해 같은 해 8월 국내 최초 경상용차인 다마스(Damas)와 라보(Labo)를 생산하는 등 한국 최초 경차 전문 공장으로 국내 자동차산업 역사를 새롭게 썼다.

IMF구제금융 시기이자 극심한 소비침체기였던 1998년 2월 20년 이상 경차의 지존 역할을 했던 '마티즈(Matiz)'를 출시해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출시 첫해 8월 완성차 생산 100만 대에 이어 2003년 12월 200만 대를 돌파했다. 그리고 2009년 8월 스파크 전신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Matiz Creative)'를 출시, 2014년 4월 완성차 생산 400만 대를 돌파했다. 창원공장에서는 현재 글로벌 경차 '더 넥스트 스파크(The Next Spark)'와 다마스·라보 등 국내 유일 경상용차, 자동차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800cc·1000cc·1200cc·1400cc·1500cc)가 생산되고 있다.

09.jpg

◇2016년 사상 최대 내수 판매 달성 =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18만 275대를 판매해 2002년 법인 출범 이후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현대차가 내수에서 전년 대비 -7.8%, 기아차가 1.4% 성장에 그친 것과 달리 한국지엠은 전년 대비 13.8% 판매 성장을 이뤘다. 전체 내수시장 점유율도 9.9%로 10% 턱밑까지 갔다.

'공간은 넓히고 힘은 더 세게'. 최근 한국지엠 핵심 판매 전략을 요약한 말이다. 한국지엠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소비자에게 중요한 구매요소 중 하나로 떠오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향상에 집중하는 판매전략을 펴왔다. 오랜 경기침체와 불황에 맞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자극하면서 판매 증진으로 이끈다. 한국지엠이 구사한 가성비 전략의 3대 열쇳말은 차급 파괴, 동급 최강, 파격 마케팅이다. 중형 모델인 쉐보레 올 뉴 말리부는 경쟁 중형차보다 전장이 7㎝ 더 길다. 또한, 최근 출시 모델에 강력한 엔진을 탑재해 동급 최강 파워를 낸다. 말리부는 국산 중형차 최초로 2리터 자연흡기엔진에서 벗어나 터보엔진으로만 구성된 파워트레인을 선보여 '터보 열풍'을 주도했다. 올 뉴 크루즈도 1.4리터 터보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해 가속력 등에서 경쟁모델을 압도했다. 자연흡기 엔진보다 200만∼300만 원 더 비싼 터보엔진을 장착하고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

파격적인 마케팅은 가성비 전략의 피날레다. 쉐보레(Chevrolet)는 7월 한 달간 '올 뉴 크루즈'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차 무상교환, 차종별 최대 10% 할인, 무이자 할부와 현금할인 혜택을 함께 제공하는 '일석이조 구매 프로그램' 등 역대 최고 수준 파격 혜택을 제공한다. 차종별 파격 할인 혜택도 계속 된다.

◇4차 산업혁명과 한국지엠의 미래 = GM은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순수전기차 '볼트EV' 이용자의 충전·주행 패턴 등 다양한 인식과 선호도를 조사해 이후 전기차 시장 해답 찾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GM은 전기차에다 자율주행 기술과 카셰어링(차량 공유)을 결합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실행하고 있다. GM은 북미에서 인기를 끄는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Lyft)에 5억 달러(약 6000억 원)를 투자해 카셰어링 노하우를 축적하고 지난해 2월 자체 카셰어링 서비스인 '메이븐(Maven)' 브랜드를 발표했다.

또한,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까지 인수하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카셰어링 등 다양한 플랫폼과 기술 융합으로 미래 자동차·운송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 형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글로벌 GM 내에서도 자체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를 보유한 7곳 중 한 곳이자 GM 3대 차량 개발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한국지엠이 주도적으로 디자인한 글로벌 GM 전기차 역작인 '볼트EV'는 기존 전기차의 2배가 넘는 1회 충전 주행거리(383㎞)를 갖춰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올해 1월 초 열린 북미국제모터쇼에서 '2017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완벽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꾸는 핵심요소)' 역할을 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