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8월 27일까지 전시
조선후기부터 1980년 전까지 54명 작가 183점 원작 선봬

한국 근대미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가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5일 시작한 '한국근대미술의 여정'전은 54명의 작품 183점을 원작으로 감상할 기회다. 이중섭(1916~1956), 박수근(1914~1965), 김환기(1913~1974)의 초기 작품을 볼 수 있고 '중앙(서울)'에서 활동하지 않아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경남지역 작가 문신(1923~1995), 이성자(1918~2009), 김종영(1915~1982)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은박지, 소…시대상 보여주는 근대미술 = 한국 근대미술의 주요 쟁점은 시기다. 중국으로부터 서양 화법이 유입된 조선 후기를 근대미술로 보는 관점, 일본에서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1900년대 초반을 근대미술 시작이라고 보는 식민지 근대화론, 해방 이후를 기점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 등 3가지로 나뉜다.

이중섭 작 '물고기와 아이'

김해문화의전당은 근대를 폭넓게 해석하고자 조선 후기 서양 화법 도입기부터 연표로 제시했다. 16세기 말 소현세자가 독일신부 아담샬에게 받은 '천주상'이 서양화법과의 첫 만남이다.

작품은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1886~1965)부터 내걸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좇아가다 보면 당시 상황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조선적이면서 동시에 세계적인 것을 모색한 박수근, 오지호(1905~1982), 이중섭이 향토색 짙은 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소소한 우리네 일상, 가족을 많이 그렸다.

이중섭이 피난 시절 종이를 구할 돈이 없어 담배를 포장하는 은박지에 철필로 그린 그림 '은지화'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또 '소'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중섭의 대표작품뿐만 아니라 송혜수(1913~2005), 김경(1922~1965) 등 근대미술 작가에게 소는 중요한 소재였다. 바로 민족의 상징,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또는 암울한 시대를 반영하는 정서적인 동물이기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천재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자소상'은 시대의 고통을 말하는 듯하다. 고독에 단련된 남성상을 형상화한 두상은 테라코타와 건칠을 이용한 미완성작이다.

이번 전시에서 부산·경남에서 활동한 근대미술 작가도 대거 소개됐다.

김종영의 '나무', '나무가 있는 풍경'이라는 이름을 단 그림과 조각 3점을 볼 수 있다. 문신의 작은 조각품도 전시됐다. 1978년 제작된 작품으로 문신이 주로 사용한 흑단으로 만든 것이다. 높이가 8㎝로 아주 작지만 특유의 균형과 비례감을 느낄 수 있다.

박수근 작 '모자'

◇"전문가 해석 더한 인문학 소통의 장으로" = 한국 근대미술은 1700년대부터 시작한 흐름, 유교적 문화를 기반에 둔 문인화와 일본 유학파로 바뀌는 급격한 변화, 6·25 전쟁 등 심층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이에 김해문화의전당은 평일 오전 11시·오후 3시 운영하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별도로 격주 토요일 '갤러리토크'를 열고 있다.

지난 1일 윤범모(가천대 예술대) 명예교수가 첫 갤러리토크를 진행했다. 윤 교수는 근대미술 작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에 비평을 가장 많이 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만큼 작가들의 삶도 직접 목격했다.

그는 "돈이 없어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이중섭, 가족을 그린 박수근, 중앙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양달석, 월남작가·월북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까지 근대미술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한계점도 있다. 1953년 이전 작품, 특히 유화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1980년 민중미술이 나타나기 전까지를 근대기로 볼 수 있는데 작가마다 작품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의 말처럼 한국 근대미술을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움은 이번 윤슬미술관 전시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권진규 작가가 완성하지 못한 두상 '자소상'

먼저 작가별로 작품이 많이 내걸리지 못했다.

김흥수(1919~2014)는 단 한 점만 소개됐다. 많은 작가를 소개하려는 것이지만 한국 근대미술은 소장처가 분명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또 대여가 쉽지 않다. 저작권 문제도 남아있다. 김해문화의전당은 한국근대미술의 여정전 도록을 제작하지 못했다. 천경자(1924~2015) 작품은 전시 소개에서도 그림이 빠질 정도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김해문화의전당이 어렵게 준비한 전시, 지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작품인 만큼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후 2시 시작하는 갤러리토크는 △15일 최석태(미술평론가) △29일 서성록(안동대 교수) △8월 12일 이정윤(동아대 교수) △8월 26일 홍경한(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월요일 휴관. 문의 055-320-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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