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북 잰걸음…'기술보유' 두산중 이점에도
경남은 적극적 행보 안 보여

소리 소문 없이 물밑에서 이뤄지던 유치전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고리 1호기 핵(원자력)발전소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한국은 원전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 58개 중 41개를 확보하고 있다. 좀 더 서두르겠다.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다.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되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해체기술연구소 유치에 인근 부산(기장군)·울산(울주군)·경북(경주시) 3개 시·도와 해당 시·군은 사활을 걸었지만 경남도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11기가 2020년대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며, 해체비용은 호기당 6000억∼1조 원 정도로 보고 있다. 고리 1호기는 80% 수준인 해체 기술 국산화가 100%에 이를 2027년 전후로 해체가 시작될 전망이다.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2050년까지 최소 44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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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 원전 1호기./연합뉴스

원전해체기술연구소는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 1473억 원 규모로 설립을 추진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한 차례 무산됐다. 당시 대구·경북, 부산, 광주, 울산, 전남, 전북, 강원 등 8개 광역 시·도가 유치 의향을 밝혔고 현재 부산·울산·경북이 치열한 유치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은 부산상의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 말 '부산상의 원전해체산업특위'를 출범해 지역 논의를 주도해왔고, 부산시는 최근 331억 3000만 원을 들여 전체 면적 1만 200㎡ 규모의 원전해체연구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또한, 부산시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원전해체 기술을 공유하고 관련 산업 활성화에 나서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경북도는 국내 원전 25기 중 12기가 경북(경주·울진)에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도 가동하는 만큼 경북에 센터(원전해체연구센터 포함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울산시는 울주군에 신고리원전이 있음을 내세워 원전해체연구협회를 창립해 울산과기대(UNIST) 원전해체융합기술연구센터 등 30여 관련 기관을 모아 유치 활동 중이다.

울산시는 또한 중소기업 40여 개사로 원전해체협의체도 2015년 꾸렸다.

경남은 김해와 양산 일부가 고리원전 반경 30㎞ 안에 포함되고, 원전 해체 사업이 본격화할 때 핵심 기업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가장 큰 두산중공업이 지역에 있다.

더구나 노후 원전 가동 중단·해체, 신규 원전 건립 중단으로 원전 주기기 공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이 단기 수익이 악화하면 침체일로인 지역경제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작 경남도는 유치전을 남의 일처럼 보고 있다. 인근 광역 시·도가 잰걸음을 하는 데 비해 경남도는 다른 지자체 동향 파악조차도 부실한 수준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산업부에서 지난 6일 한 차례 간담회를 한 것은 아는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 원전 해체 관련 연구소가 소규모 센터 수준인지 정부 출연연구기관 개념인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유치 의향을 밝힌 인근 자치단체와 두산중공업·이엠코리아 등 도내 관련 기업 동향, 산업부 설립 방향부터 파악해 연구소 유치와 관련해 경남도가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이런 행보를 두고 경제계 일부에서는 "'채무 제로'를 내세우며 정작 필요한 '국비-도비 매칭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국비 확보도 제대로 못했으면서 겉으로만 요란했던 '홍준표식 도정'에서 못 벗어난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고리 1호기 원전 해체와 이를 토대로 국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자체 원전해체팀을 꾸렸고, 2015년 원전해체 전문기업인 독일 짐펠캄프사와 사업협력협약을 체결했다.

또 창원상공회의소는 최근 원전해체기술연구소 설립 관련 동향 파악에 나섰고 이른 시일 내 경남 차원의 관련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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