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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5화) 서평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지음…각자 처한 상황·역사 따라 형성되는 마음
누군가에 화가 났다면 배경 이해 못한 탓
개별성 무시한 분석 오히려 '묘한 위안'

2017년 07월 13일(목)
황원식 webmaster@idomin.com

참새는 창원에 사는 작가지망생 황원식 씨의 필명입니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팟캐스트(인터넷 방송)에도 참여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담센터도 운영하며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2주에 한 번 서평과 에세이가 번갈아 독자를 찾아갑니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위안을 얻고 싶어서 이리저리 전화를 하는데,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너 별로 노력을 안 한 것 같다. 그 정도 의지 갖추고는 안 되지. 죽을 각오로 공부했어야지!" 이런 말 들으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시험뿐만 아니라 취업의 실패에도 주위 사람들은 거의 같은 반응이다. 다 내가 잘못했단다. 내가 다 잘못한 거 맞긴 한데 조금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내 의지를 내가 쉽게 바꿀 수 있나? 나는 노력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와 코드가 맞았다. 이 책은 인간이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개인의 의지보다는 환경의 영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착한 사람들도 일정한 조건 안에서는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약, 알코올 중독도 개인 의지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실험도 소개한다.

유럽 사람들은 심리학이 주는 이런 교훈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의 취업이 안 되거나, 사업이 잘 안 되면 국회에 가서 종종 시위를 한다. 나의 이 한심한 신세는 사회 탓이지,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취직이 안 되면 그것을 전부 자기 탓으로 돌려 자살을 많이 하는 것에 비교해볼 때, 유럽인의 이런 태도는 정서적으로 훌륭하다 생각한다.

스키너는 일탈 행동에는 개인적 치료보다는 전반적인 교육이나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우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스를 보니 서울시에서는 왕따 학생의 피해를 막으려고 '누구 친구 ○○○' 이렇게 이름표를 만든 학교가 있다. 또 다른 학교는 친구를 괴롭히는 힘센 아이들을 모아서 '명예경찰' 제도를 만들어 그 아이들이 오히려 선도에 앞장서게 했다.

가해자들을 개인별로 교정하는 것보다 건설적인 환경 조성에 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이런 시도가 법원, 교도소, 경찰, 개인 감시 및 보호시스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흡연, 음주, 마약 중독까지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스키너는 이런 제도들은 정치가들보다 과학자들이 잘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치에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을 대거 고용해야 한다는 스키너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세상을 단순하게 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역사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누군가에게 화낼 일도 없었다. 남들이 엄청난 자유의지를 갖추고 있고, 그 내면이 복잡하다고 생각하면 나만 힘들다. 내가 누군가에게 화가 난 것은 그 사람의 배경을 이해 못 하는 내 잘못이다.

우리가 모든 면에서 단순했으면 좋겠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갈 때마다 의사로부터 항상 이런 말을 들었다. "아프면 약 먹으면 됩니다." 간단명료하다. 그 말이 묘하게 위안이 될 때가 있었다. 어쩌면 내가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서 내 마음이 아픈 것일 수도 있다. 스키너가 추구한 이상세계는 조건 반사를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착한 로봇군단처럼 훈련하는 것이었다. 인간이 단순하다고 전제하고 단일한 강화물로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다. 스키너는 인간의 개별성을 무시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주장이 내게 묘한 위안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341쪽, 에코의 서재, 2005, 1만 3500원.

/시민기자 황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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