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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할머니와 옛날이야기

2017년 07월 14일(금)
이홍식 수필가 webmaster@idomin.com

요즘은 세상이 변하고 가족들은 직업이나 환경에 따라 흩어져 사는 경우가 많아 지금의 아이들은 할머니·할아버지는 명절이나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 젊은 날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할머니가 아이를 돌봐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이 사는 경우가 드물다. 어쩌다 TV 채널을 바꾸면서 잠깐씩 마주치게 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전과는 다르게 너무 생경하고 낯설어 보인다.

이젠 나도 어쩔 수 없는 구식이 되었나 싶다. 그래도 내가 은근히 원하고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는 모두 이미 할머니·할아버지가 되었거나 곧 될 사람들이다. 그러니 내 손자가 사랑스럽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손자의 가슴에 남겨야하는 것 아닐까.

자라면서 할아버지·할머니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입김이 스며들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자각과 그 평온함 속에서 행복하게 자란다. 이야기를 들으며 전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편다. 또, 저들만의 눈으로 세상을 만들어 내고 세상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세계를 통해서 아이들은 선과 악을 배우고 할머니 이야기 속 주인공을 생각하며 상상 속에서 저들만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잠깐 옆길로 새는 말 같지만 요즘 갈수록 그런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무엇이든 손자의 말에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손자에 대한 방관이다. 진정으로 좋은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통해 손자 스스로 내가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절제와 자제력을 키우고 어른에게 의지하던 삶을 언젠가는 자기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그게 참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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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들은 책이 아닌 할머니·할아버지로부터 듣게 되면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다. 요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는 부족함 없이 풍요로 넘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들에게 할아버지·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 선물은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능력과 꿈을 키우는 힘을 길러준다.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는 할머니의 따뜻하고 깊은 손자 사랑이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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