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범죄자라도 공개 수배를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달 발생한 창원 지역 모 골프연습장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를 잡기 위해 경남지방경찰청이 내부위원 4명과 외부위원 3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개수배를 결정한 것이 그러한 사례다.

이처럼 범죄 피의자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데, 어찌 된 일인지 피해자가 노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골프연습장 사건 피의자를 서울에서 검거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의 신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수배 전단에는 신고자 신분 비밀 절대 보장이라고 붉은색으로 써놨지만, 검거와 동시에 신고자 신원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이에 신고자는 "내가 신고했다고 외부에 공개해도 된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 붙잡힌 사람들이 조직폭력배여서 보복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며 크게 걱정했다고 한다.

수원에서는 불법영업 112 신고자의 전화번호가 노출돼 신고자가 협박당하기도 했다. 협박한 사람은 법원에서 복사(등사)한 수사서류에서 신고자 연락처를 발견했다고 한다. 법원에서 수사서류를 등사하게 되면 타인 개인정보는 볼 수 없도록 가려지지만, 이 서류에는 신고자 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한 재벌가 손자의 폭행 혐의로 논란이 된 서울 숭의초 사건에서도 관련법상 학교 폭행 피해 및 가해자 등 관련자 진술 내용은 누설될 수 없지만, 피해 학생들의 진술이 가해자 측에 넘어간 정황들이 보인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엄격히 관리되고 비밀이 지켜져야 할, 범죄사건과 관련한 개인 신원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신고자나 피해자가 이처럼 위험에 노출되고 두려움에 떨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신고를 하겠는가.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은 가해자의 인권만 중요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느냐는 말까지 할까. 무관심이나 실수, 치적 홍보를 위해 노출된 개인 정보가 당사자에겐 일상을 위협하는 '큰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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