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졸음운전 대형 참사가 다시 발생하여 국민의 불안감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사고를 낸 기사에겐 평생 따라다닐 악몽이요, 피해자들로서는 참담하기 짝이 없는 사고였다.

모두 공감하듯이 예견된 인재였다. 버스업계의 비인간적인 장시간 노동관행이 빚은 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사고 당사자인 기사의 사정을 들어보니 딱한 심정이 앞서 뭐라 탓하기 어려울 정도다. 근무일지를 보니 사고 전 나흘 동안 버스기사는 내리 이틀 15시간 반, 18시간 15분 근무한 뒤 하루 쉬고 다시 18시간 9분을 운전했다.

4일 동안에 52시간 노동이라니 가히 살인적 아닌가. 8시간 노동, 8시간씩 여가와 잠이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은 버스업계에서는 아예 무시당하고 있다. 똑같은 유형의 버스사고가 작년에도 일어났고 최근 5년간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는 2200건이 넘으며 사망자만 414명에 이른다. 도로는 전쟁터요, 차량은 살인무기고 원인은 대부분 잠깐의 휴식도 허락지 않는 전근대적 노동구조의 격무와 과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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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차고지에 보관돼 있는 시내버스./경남도민일보DB

사고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자동추돌 경고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겠다고 한 일은 일단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건 마치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빈번하니 감시 카메라를 부착하려는 것처럼 부분적인 방책에 불과하다.

휴식시간부터 반드시 지키게 하고 노사합의란 이름 하에 사람을 기계처럼 부릴 수 없게 근로기준법도 보완하여 노동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뿌리 깊은 노동악습을 원천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는 언제든 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철저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여기에 경영상의 문제, 기사들의 임금문제도 같이 해결책을 찾아야 할 터이니 준공영제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대중교통체계에도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회적 가치의 척도를 전향적으로 도입하여 돈이나 천박한 경제논리 때문에 고귀한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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