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이동진 지음
영화평론가 말하는 읽는 즐거움
인터뷰 형식으로 비법 풀어내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한지, 책 선택에 후회를 해 본 적 없는지, 읽다가 싫증 나면 다른 책을 읽는지 아니면 참아가면서 완독하는지, 한 권씩 읽는 것이 나은지 여러 책을 번갈아 가면서 읽는 것도 가능한지, 어떻게 책의 수준을 올리는지. 질문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질문 하나하나에 친절한 답변을 해야겠지만 한마디로 '정답은 없다'이다. 사람의 기호와 성정이 다르듯 책 읽기의 방법도 달라야 한다.

<이동진 독서법>.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영화에 관한 책이 아니라 책 읽기에 관한 책을 냈다. 팟캐스트 방송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5년 넘게 진행해왔고, 1만 7000권이 넘는 장서가인지라 낯설지 않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보다 책과 독서 관련 책을 더 많이 냈다.

그의 인터뷰집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를 읽으면서 자신이 천착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 그리고 집요함을 볼 수 있었는데 책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동진 독서법>에서 밝히는 책과 독서는 일인 영화와 달리 영원히 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 했다. 책은 언제 읽어도, 아무리 오랫동안 읽어도 즐겁다고 말하는 독서가가 들려줄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의외로 본인은 실패한 독서가라고 말한다. 책을 많이 산 사람이면서 책 구입에 실패한 사람이고, 책에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한 만큼 실패도 많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다듬어진 사람이 '오늘의 이동진'이란다. 독서의 비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많이 깨지면서 다져진 내공이 있다고.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이 독서고, 책 한 권으로 느낄 수 있는 간접경험의 가치는 매우 효율적이다. 추천도서 목록이나 베스트셀러라 해서 읽어야 할 이유도 없고, 책 한 권을 잡았다 해서 흥미가 떨어졌는데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다. 그래도 어려운 책은 한 번 도전이라도 해 보라고,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해 폭넓은 책 읽기가 필요하고 책의 서문을 꼼꼼히 살피라고 말한다.

책의 2부는 <씨네21> 이다혜 기자와의 책과 이동진에 관한 수다다. 이다혜 기자는 팟캐스트 방송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함께 진행해 출판을 위한 인터뷰도 호흡이 잘 맞다. 저자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 털어놓는 것보다 질문에 답을 해주니 전하는 내용이 분명해진다. 책 고수지만 초보를 향한 제안들이 부담이 없다. 아주 친절한 안내자다.

이 책의 핵심을 담고 있는 내용을 저자 서문에서 몇 문장 올려붙인다.

p6.' 이 책에서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책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로 바꾸어서 그에 대한 제 생각을 전하려고 합니다. 결국 저의 독서의 역사는 바로 그렇게 책을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즐기면서 사랑하게 된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부언하자면 이 책이 더 욕심 났던 이유는 30페이지 남짓 할애해서 정리한 추천도서 목록 500권이다. 내가 친하지 않은 분야의 도서를 추천받고 싶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그가 추천한 도서를 그냥 확인하고 싶었다. 204쪽, 예담, 1만 2000원.

/이정수 블로그 '흙장난의 책 이야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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