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26만 3000원 격차 "사내 업무 주요직 배제"

김현주(가명·26) 씨는 얼마 전 원치 않았음에도 타 부서로 옮겨야 했다.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는 세지만 개인 발전 가능성이 큰 업무를 맡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인사권자는 "여성이 해당 부서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적이 없다"며 김 씨를 비교적 업무 수준이 낮은 부서에서 일하도록 했다.

김 씨는 "함께 입사한 남성 동기와 같은 학벌에 같은 일을 하는데 월급이 10만 원가량 적은 데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인사이동을 해야 했다"며 "회사가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줘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개인 발전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청년층 노동 시장에서도 성별 격차는 예외가 아니다. 여성은 교육 수준이 같은 남성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 조직 내 개인 발전 가능성에 대한 만족도 또한 낮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개발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대졸 청년의 성별 일자리 질 비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학력, 기업 규모,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여성은 남성보다 월평균 임금이 적고 복지후생 만족도가 떨어졌다.

월평균 임금은 남성이 210만 7000원으로 여성 184만 4000원보다 26만 3000원이 많았다. 고용 형태별로 정규직 남성은 월평균 214만 5000원을 받는 데 비해 여성은 그보다 24만 4000원이 적은 190만 1000원을 받았다.

직장 복지후생에 만족하는 비율은 남성이 36.4%로 여성(27.0%)보다 9.4%p 높았다. 대기업의 경우 남성 51.0%, 여성 35.8%로 15.2%p나 차이가 났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금, 복지후생뿐 아니라 개인 발전 가능성과 사회 안전망 부분에서 일자리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에서 요구하는 교육 수준이 자신의 교육 수준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 11.6%, 여성 16.1%였다. 현재 일자리에서 개인이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만족하는 비율은 남성 39.7%, 여성 30.4%로 남성보다 여성이 9.3%p 낮았다. 가입한 사회보험 평균 개수는 남성이 3.63개로 여성 3.46개보다 0.17개 많았다.

개발원은 "학력, 기업 규모,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젊은 여성이 남성보다 조직 내 발전 가능성을 일관되게 낮게 인식하고 있고 자신의 교육 수준에 비해 난도가 낮은 일을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유리천장과 유리벽이 견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조직 내에서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은 경력을 지속하고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조기에 단념시킬 수 있고 이는 남녀 간 역량과 노동시장 성과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청년 때부터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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