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이 되면 각급 학교들은 방학에 들어가겠지만 인문계 고등학생들은 방학 중 보충수업이라는 또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한국 교육 사전을 현실에 맞게 새로 만든다면, 방학이 혹한기나 혹서기 동안 학생들이 학교를 쉬는 기간이라는 뜻을 등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학생들에게 방학은 정규 학기의 연장일 뿐이며, 학생들은 보충수업 참가 여부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도 없다.

방학 중 보충학습은 야간자율학습과 더불어 상식이 배제되고 학생 인권이 박탈당하는 반민주적인 학교 현장의 상징이 되었다. 최근 경남교육청은 방학 중 보충수업 일수가 방학 일수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학교에 안내했지만, 이를 지킬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방학 중 절반 이상을 보충수업에 배정한 학교가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며 심지어 일주일가량만 진짜 방학을 주는 학교도 있다. 이 정도라면 학생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봉사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거나, 자기주도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는 등의 자율적 활동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방학 중 강제적인 보충수업이 얼마나 학생들의 학업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항상 보충수업 반대 의견은 찬성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최근 보수적인 모 언론사에서 실시한 조사에서조차 보충수업에 만족하는 학생들은 절반 정도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강제 보충수업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자기 자식이나 학생이 다른 아이들보다 뒤질 수 없으며, 학생들에게 자율을 주면 공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나 학교 당국의 불안과 불신이 작용할 것이다.

도교육청은 강제성 없는 공문 한 장을 학교에 보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방학 중 학교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계도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보충수업 참가를 자신의 의사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은 학생인권조례가 왜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방학 중 보충수업이 없으면 사교육이 번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므로, 방학 중 학원 시간을 제한하는 법률이나 조례 논의도 필요하다. 김상곤 교육부는 대표적인 교육 적폐를 과감히 손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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