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작가 창원 전시장 찾아
지역 젊은 미술인과 깜짝 대화

국외 비엔날레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최정화 작가와 창원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만났다.

지난 14일 오후 3시 30분께 창원 3·15아트센터 제2전시실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최 작가는 민병직 큐레이터와 함께 다천 김종원 서예가를 만나러 창원에 왔다 3·15아트센터에서 전시를 시작한 '위플레이' 참여 작가를 보러 온 참이었다.

'위플레이'전은 관객 참여를 유도한 창원문화재단의 기획 전시로 장두영 작가가 전체 기획을 맡았고 심은영, 이성륙, 최수환 등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최 작가는 "전시 잘 봤다. 다 좋아. 쿨해서 좋다"고 인사했다. 이어 "기획의도를 얘기해 주지 않아도 된다. 설명 싫어한다"며 농담을 던지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자고 제안했다.

장두영 작가는 규모가 큰 작업을 궁금해했다. '힘'이나 '돈'이 없던 초창기에는 이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물었다.

최 작가는 "90년대는 대안공간이라는 말이 없었다. 작은 술집이나 클럽에서 재미난 일을 많이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다. 나의 아이디어 원천은 어머니, 아줌마, 시장, 쓰레기장이다"고 답했다.

지난 14일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 힘을 얻고 위로했다. /이미지 기자

최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아니다. 쓰레기를 주워 모빌을 만들고 싸구려 플라스틱 바구니로 상상 이상의 기념비를 만들어낸다.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유명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이 항상 내걸려있다. 청담동이나 명품을 '키치(통속미술품·복제품)'라고 말하는 작가다.

최수환 작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의 태도를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전의 것과 모두 다르다. 어떤 행사냐, 초대 기관은 누구냐, 누구를 위한 것이냐를 분석하고 따져 만든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07년 창원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당시 심정을 이야기했다.

최 작가는 2007년 '퍼레이드 페스티벌'에 참여해 창원시청사를 오색 천으로 휘감는 작업으로 설치미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작품은 사라졌다. 당시 시 관계자가 천을 잘라버린 것.

10년 전을 회상한 그는 "처음엔 머리가 안 돌아가더라. 한동안 멍했다. 충격이 꽤 오래갔다. 내 인생에 손꼽을만한 사건이었다"며 "'무당집' 같다는 민원이 들어와 잘랐다는데 관념의 문제고 개념의 문제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창원에서 버려진 천으로 영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젊은 작가들에게 당부했다.

"자기 돈으로 작업하지 마라. 프로젝트며 전시, 작품을 의뢰한 사람들은 여러분의 시간을 사는 거다!"

이날 거장과 신진의 만남은 갑작스레 진행됐지만 1시간 30분 가까이 서로 바라보며 힘을 얻고 위로했다. 이 자리를 마련한 김종원 작가는 "오늘 이 시간이 청년 작가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로부터 큰 영감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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