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과장급 수사…200억대 '친인척 회사 일감 몰아줘'
사장 측근 업체도 의혹대상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위산업 비리 혐의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가운데 과장급 직원이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검찰은 하성용(66) KAI 사장의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KAI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의 개발 사업과 관련한 외주 용역을 친·인척 회사에 대거 몰아주고, 직접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로 KAI 과장급 직원이던 ㄱ 씨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ㄱ 씨의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 씨는 지난 2007년 자신의 처남 명의로 설계용역 업체인 ㄴ 회사를 차렸다. 당시 KAI는 수리온과 FA-50 개발 등에 따른 업무량 폭증으로 기존 사내 정규직 인력만으로는 업무 진행이 어려웠다. 이에 설계를 비롯한 일부 개발 업무를 외부 전문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ㄴ 회사는 KAI 외부 용역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KAI가 ㄴ 회사에 맡긴 수리온, FA-50 개발 업무 관련 용역은 무려 247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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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ㄴ 회사는 KAI로부터 용역비를 과다하게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단순 서무직원을 설계 감리 업무를 처리하는 최고 등급인 '해석' 직급으로 서류에 기재하는 등 직원들의 용역비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ㄴ 회사는 이 직원에게 월급으로 800만 원을 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00만 원가량만 지급했다.

검찰은 ㄴ 회사가 KAI로부터 용역비 247억 원을 받아 직원들에게 129억 원만 지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년 동안 118억 원가량이 부풀려져 지급됐지만, 부정 지급은 탄로 나지 않았다. 이는 ㄱ 씨가 용역비를 제대로 지급하는지를 점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ㄱ 씨가 ㄴ 회사 측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20여억 원을 직접 받아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ㄱ 씨는 지난 2015년 KAI에서 퇴사했으며, 현재는 잠적한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은 KAI 고위 인사들이 비위를 묵인·방조하고 일부를 상납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검찰은 하 사장이 자신의 측근이 대표로 있는 협력업체 ㄷ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었는지 여부와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ㄷ 회사는 하 사장의 핵심 측근인 ㄹ 씨가 지난 2014년 1월 대표에 오른 항공기 부품업체다. 실제 하 사장과 ㄹ 씨는 각별한 사이다. 이들은 KAI는 물론 대우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에서 함께 일했다. 하 사장이 지난 2011년 8월 성동조선해양 사장으로 부임할 때 ㄹ 씨에게 '경영관리본부 전무'라는 중책을 맡기기도 했다. ㄷ 회사는 설립 첫해인 2014년 매출 39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92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검찰은 ㄷ 회사 설립배경과 KAI 지원과정을 수개월에 걸쳐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KAI가 검찰로부터 전방위 수사를 받자 사천지역에 미칠 파장에 지역민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사천경제의 양축이었던 SPP조선 폐업에 이어 KAI마저 위기에 처한다면 사천지역 전체가 깊은 수렁으로 빠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사천시와 시의회, 사천상의 등은 각종 비리혐의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항공산업도시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고, KAI는 그 중심에 있다. 이번 문제가 자칫 항공산업과 지역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며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연관기업들과 사천을 위해서라도 더 큰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대식 시의회 의장은 "KAI를 향한 검찰의 대규모 수사가 진행돼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KAI가 십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번 검찰 수사의 파장이 최소화되도록 지역민과 함께 의회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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