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리베이트, 횡령 혐의 자료 수집…사천지역 우려 목소리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협력업체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원가조작 등 방산비리 혐의로 KAI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18일 오전 사천 소재 4곳과 경기도 성남 소재 1개 업체 등 모두 5곳의 KAI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납품 관련 문서들과 회계 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 관련자 휴대전화 등 KAI 하성용 대표의 특정업체 일감몰아주기, 횡령 등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집중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협력업체 압수수색으로 KAI의 부당이득 관련 증거를 확보, 방산비리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날 압수수색한 협력업체 중에는 하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KAI 출신 ㄱ(62) 씨와 관계된 ㄴ업체와 ㄷ업체가 포함됐다. ㄱ 씨가 대표를 맡은 ㄴ업체는 성동조선해양 대표로 떠났던 하 사장이 2013년 KAI로 돌아온 직후 설립됐으며, KAI에 대한 발주 물량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 매출액은 2014년 39억 원에 그쳤으나 2015년 50억 원, 2016년 92억 원으로 급증해 일감 몰아주기 의심을 샀다.

검찰은 KAI 경영진이 원가 부풀리기를 통한 리베이트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 ㄴ업체가 동원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압수수색을 받은 ㄷ업체 대표가 ㄴ업체 지분 83%를 보유한 실질적 소유주로 이 역시 KAI 출신이다.

검찰은 또 다른 협력업체인 ㄹ업체가 '일감 몰아주기'에 동원된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배관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세워진 ㄹ업체는 지난 2015년 항공기 부품 관련 업무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매출 규모가 크게 뛰었다. 2014년 84억 원이던 매출이 2015년 264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2016년에도 171억 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방산비리 중심인 KAI에 협력업체들이 일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협력업체로까지 확대되자 지역에서는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AI가 세계 항공업계에 부도덕한 회사, 기술력이 부족한 회사로 알려지면 항공기나 항공기 날개, 부품 수출이 막혀 항공산업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KAI 협력업체 한 대표는 "횡령 등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연관 기업들과 사천지역을 위해서라도 더 큰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란다"며 "KAI가 휘청거린다면 사천에 있는 30여 개 협력업체는 물론 수 많은 연관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항공업계는 윤리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KAI가 부도덕한 회사로 낙인이 찍히면, 미 공군 훈련기 대체사업(T-X) 수주 실패는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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