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탈원전 정책 가시화…부·울·경북 수년 전부터 준비
도 기업체·연구기관 간담회 개최, 전문가 특강 계획도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잠정 중단되는 등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원전 건설을 대체할 산업으로 원전 해체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남은 김해 일부와 양산지역 대부분이 원전 사고 시 직접 피해를 보는 (고리) 원전 반경 30㎞ 내에 속하고, 원전 주기기를 국내 독점 공급하는 원전 건설 전문업체인 두산중공업이라는 대기업을 지역(창원)에 두고 있어 이 산업 육성에 뛰어들 만하다. 하지만, 경남도가 그동안 뒷짐을 진 사이 부산·울산·경북은 수년 전부터 이 산업 육성을 준비해왔다.

경남도가 뒤늦게라도 연구소 유치와 해체 산업 육성에 나서려면 인근 3개 시·도 준비 정도 파악은 필수적이다.

◇부산광역시(기장군) = 부산시 기장군에 고리원전 1∼4호기가 있다. 2014년 미래부가 주축이 돼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기술연구소) 설립을 추진해 지난해 6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B/C)이 0.26으로 나와 계획이 백지화됐음에도 정권이 교체되면 재시도할 것으로 보고 준비를 해왔다. 지역상공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부산상의는 지난해 7월 22일 '부산상의 원전해체산업특위'를 꾸렸고 같은 해 9월 초 원전해체산업 육성세미나, 대선 직후인 올해 5월 23일 고리원전 1호기 현장 시찰과 함께 오는 25일 원전해체산업육성 세미나를 연다.

부산시는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말 '부산광역시 원전해체산업 육성 방안'을 내며 지역 유치 개발 논리를 정교화하고 있다. 더불어 331억 원을 들여 1만 200㎡ 규모의 터를 확보해 원전해체기술연구소를 짓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최근까지 여섯 차례나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주)에 건의문을 전달하고 한수원 등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울주군) = 울산시 울주군에 신고리 1∼4호기와 최근 공사를 중단한 5·6호기를 두고 있다. 시는 신고리 원전이 있는 울주군 서생면 에너지융합산업단지에 기술연구소 설립 터를 확정했다. 이 산단은 지난 5월 31일 기공식을 하고 본격 조성에 들어갔고, 3만 3000㎡를 기술연구소 터로 확보했다. 2014년 10월 구성된 울산시의회 원전특위와 같은 해 10월 울주군의회는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결의해 2015년 3월 시민 47만 명으로부터 유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기계·원자력공학부와 원전해체융합기술연구소가 있는 점, 국제원자력대학원(KINGS)이 울주에 있어 원전 해체 산-학-연 인프라가 가장 좋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상북도(경주시) = 경상북도에는 월성 1∼4호기(경북 경주시 양남면), 신월성 1·2호기(경주 양남면), 한울 1∼6호기(경북 울진군) 등 모두 12기의 원전이 있다.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절반이 경북에 있다. 지난 1일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취임 직후 첫 행선지로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를 찾았고 이때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직접 김 장관에게 현황 등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경북에 국내 원전 절반이 있고, 2030년까지 설계수명을 다하는 12기 원전 중 절반이 우리 쪽에 있다. 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도 있는 만큼 정부가 경주에 '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를 포함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가 조성되도록 도와달라"고 적극 건의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감포읍 감포관광단지 내 국제원자력안전연구단지 터(330만㎡) 조성을 위한 지방비(경북도 300억·경주시 900억 원)를 확보했다. 원전해체에 필수적인 방폐장이 운영 중이고, 원전해체 비용인 사후처리 충당금도 경주에 본사를 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한다. 제염해체 등 원전 해체를 주도할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도 경주에 있다. 무엇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2012년 미래부 공모 '원자력 제염해체기술개발 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내 최고 원자력 제염과 해체기술을 확보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경남도는 = 뒤늦은 감이 있지만 경남도도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경남도는 지난 18일 경남TP에서 창원시, 원자력발전 관련 기업체·연구기관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도내 원자력 해체관련 기업체 현황, 기술수준, 해체산업 육성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내 최고의 원자력발전 전문 기업인 두산중공업, 원자력 성능검증 연구기관인 재료연구소·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해체 전문기업 이엠코리아·세아특수강, 원자력산업기술연구조합 등 1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경남에는 두산중공업·이엠코리아 등 원전해체 기업체가 많아 부산이나 울산에 (원전 해체) 연구소 설립 시 도내 기업체가 R&D, 사업화 기술 등에 참여하는 실리형 상호협력 전략을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도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앞으로 네 차례 정도 간담회를 하고 도내 기업체 대상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원전해체 관련 전문가 특강도 계획하고 있다.

신종우 경남도 미래산업국장은 "원전해체는 방사선 안전관리, 제염, 폐기물처리, 기계 등 여러 분야의 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며 "도내에도 원전 관련 분야 기술 보유 기업이 많은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도내 기업이 참여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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