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의회 집행부 견제할 의정활동 '실종' 지적받아
회의 생중계도 안 하고 며칠 뒤 영상 공개 '꼼수' 의심

밀양시의회가 3년여 동안 시정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아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의정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밀양시의회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2014년 9월 17일 제6대 의회(의장 허홍) 때 박필호 의원이 나노융합산업 육성사업과 관련한 시정 질문을 한 이후 20일 현재까지 한 명도 시정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시의회 본회의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시민들에게 실시간 노출하지 않고 녹화 화면을 3~7일 이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의회사무국이 밝힌 '밀양시의원 5분 자유발언과 대정부 건의안 현황(6, 7대)'을 보면 5분 발언은 6대(2010년 6월~2014년 6월) 의회 4년 동안 62건 발언한 것으로 집계됐다. 7대(2014년 6월~2018년 6월) 의회 때는 3년이 지난 올해 6월까지 44건이고 7월까지 합하면 48건으로 나타났다.

▲ 밀양시의회가 지난 2014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시정질문을 단 한 건도 하지 않아 의정활동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제194회 밀양시의회 제1차 본회의 모습. /밀양시의회

대정부 건의안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년 동안 8건이다. 6대 의회 때는 '옛 밀양대학교 특성화 사립대학 설립 인가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2012년 10월 31일) 1건을 냈다. 7대 의회 때는 △밀양 나노융합산업단지 국가산업단지 지정촉구 결의안(2014년 9월 30일) △경부선 열차운행 감축에 따른 대정부 건의안(2017년 1월 13일) △밀양시 평생학습도시 조성 지원을 위한 결의안(2017년 3월 10일)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결의안(2017년 3월 10일) 등 4건이다. 올해 들어 정부에 건의할 밀양시 사업이 많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시정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따져 묻는 시정 질문은 매우 저조하다.

6대 의회 때는 4년간 11건으로 연 3건가량 시정 질문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7대 의회 때는 2014년 9월 17일 박필호 의원이 1건 질문한 것을 끝으로 올해 7월까지 약 3년 동안 시정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를 두고 한 시민은 "시장이 시정을 너무 잘해서 질문이 하나도 없는 건지, 시정 질문을 못 하는 시스템이 형성돼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지난 11일 5분 발언에서 시 인사 체계를 지적해 박 시장의 유례 없는 20분 자유발언을 들은 허홍 의원은 "시민이 5대 의회보다 6대 의회가 못하고, 6대보다 7대가 못하다고 한다. 의원들이 더 자각하고 분발해서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지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시의회 본회의 장면을 실시간 볼 수 없는 점도 최근 시민들 안줏거리다. 40대 시민은 "시민이 뽑아준 시의원들이 시정을 잘 살피고 견제해 옳은 시정으로 가도록 바로 체크할 수 있게 실시간 회의 모습을 중계해주는 건 기본 중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회의 동영상을 실시간 노출해야 마땅하다"면서 "지난 의회 때 본회의 장면을 실시간 외부로 중계하는 것은 골치 아프다는 의원들이 있어 현재 내부에만 생중계하고 외부 노출은 며칠 뒤에 한다"고 말했다.

황인구 의장은 "의회 방송 동영상을 실시간 올리지 않는 점은 시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의원들끼리 논의해 볼 사항"이라고 밝혔다.

의회사무국 의사담당 관계자는 "본회의 장면을 녹화해 시 공보전산담당관실에 넘겨주면 공보실에서 검토 후 며칠 뒤 홈페이지에 올리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시군에서는 진주시, 사천시, 의령군, 함안군도 밀양시와 같은 시스템으로 당일 본회의 장면을 내부용으로만 실시간 노출하고 있다. 실시간 본회의 동영상을 외부로 노출하는 지자체는 양산시, 김해시, 통영시, 거제시(페이스북 생중계), 합천군, 거창군, 하동군, 남해군(목소리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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