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7000만 원 삭감안 가결
학비노조 "지노위 중재 무시" 대책회의 열고 방안 논의키로

경남도의회가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밥값을 또 삭감했다.

도의회는 20일 본회의에서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 급식비 12억 7000여 만 원을 깎은 예산결산특별위 추가경정 예산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날 예결특위는 학교회계 전출금 '행정절차 부적정'을 이유로 전액 삭감했었다.

이날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을 비롯한 16명이 삭감된 예산을 원상복구한 수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 수정안은 재석의원 38명 중 반대 18명, 찬성 1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이후 표결에 부쳐진 예결특위 삭감안이 재석의원 36명 중 찬성 21명, 반대 8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되면서 급식노동자들의 밥값 12억 7000여만 원은 깎였다.

20일 오후 1시 30분 경남비정규직연대회의가 경남도의회 앞에서 전날 예결특위가 학교 급식 노동자 급식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정애 기자

도의회 앞에서 밥값 복구를 촉구하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어떻게 또 이럴 수가 있냐"며 분노했다. 이들은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의원을 향해 "아이고 참 잘 했다", "내년 선거 때 두고보자"고 소리쳤다.

황경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단순한 밥값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내년 선거 때까지 총력 투쟁할 것"이라며 도의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저녁 대책회의를 열고 앞으로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결특위는 도의원이 가진 예산 심의 권한을 앞세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건비를 무참히 삭감해버렸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급식비 지급을 놓고 대립하던 도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노조는 5월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중재로 월 8만 원씩 급식비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었다. 도교육청은 후속조치로 6~9월 소급분을 포함한 총 29억 원을 인건비 명목으로 편성한 추경안을 지난해 10월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예결특위는 급식종사자들 중 급식비 면제율이 82.6%에 이르는 점, 월 8만 원을 소급 적용하면 급식비를 내지 않았던 이들에게 중복 지원을 하게 되는 점 등을 이유로 4개월 소급분 13억 8000만 원은 삭감했고, 이 수정안이 지난해 통과됐다.

밥값 문제는 올해로 넘어왔다. 노조와 도교육청은 올해 5월 지노위에 '임금채권의 성립에 도의회 예산 승인 여부가 조건이 될 수 있는지' 조정안 해석 요청을 했고, 지노위는 '도의회 예산 승인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조정 내용대로 급식비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교육청은 올해 추경안에 학교 급식 노동자 급식비를 다시 반영해 제출했고, 도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차 삭감했다.

연대회의는 "학교 비정규직 밥값 삭감은 지노위 중재를 무시하는 행위이므로 편성된 예산을 가결해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는 도의회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 삭감이라는 중대한 위기가 다시 발생한 것은 도의회가 작년 독선적 모습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도 "예결특위가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비판했다. 경남본부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도의회가 승인하지 않아 지급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경남도의회가 책임져야 한다"며 "예결특위에 체불임금 미지급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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