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성과에도 도덕성 논란
원가 부풀리기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연임 로비를 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 대표가 재임 기간 보수를 두 배 이상 올려 받는 '셀프 인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개된 지난 5년간 KAI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 전 대표가 2013년 5월 취임한 이후 KAI 대표의 연간 보수는 6억 원대에서 12억 원대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하 전 대표의 전임인 김홍경 전 대표는 2012년 6억 5200만 원을 받고 2013년에는 퇴직금을 포함해 5억 58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하 전 대표는 8개월간 재직한 2013년에는 보수 공개 기준인 5억 원을 넘기지 않아 연간 급여가 공개되지 않았다. 그의 2014년 보수는 7억 5600만 원으로, 2년 전 대표이사의 총 급여보다 1억 원 넘게 올랐다.
이듬해 하 전 대표의 연간 보수는 8억 3100만 원으로 다시 7500만 원 상승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무려 4억 원 가까이 인상된 12억 1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2012년 6억 5200만 원을 받은 전임 대표와 비교하면 4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보수가 오른 셈이다.
2014∼2017년 하 전 대표의 보수를 내역별로 분석해 보면, 급여가 6억 7800만 원에서 9억 2600만 원으로 2억 5000만 원 가까이 올랐고 상여도 6900만 원에서 2억 7300만 원으로 2억 원 넘게 상승했다.
다만 하 대표가 재직하던 기간에 KAI 실적이 크게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2012년 1257억 원이던 KAI 영업이익은 2013년 1245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하 사장 부임 이듬해인 2014년 1612억 원으로 뛰었다. 이어 2015년 2856억 원, 2016년 3149억 원 등으로 연달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액 역시 2012년 1조 5346억 원에서 2013년 2조 163억 원, 2014년 2조 3148억 원, 2015년 2조 9010억 원, 2016년 3조 1006억 원 등으로 급증했다.
따라서 하 전 대표의 연간 보수가 재임 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경영상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KAI가 민간기업이라 해도 8조 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이고, 방위산업의 특성상 납세자들의 돈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이렇게 대표이사의 보수를 곧바로 크게 올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