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비연대회의 의회 삭감 규탄…항의 집회·방문 계획

"그냥 옷만 입고 있어도 더운 조리실에서 물앞치마를 입고 장화까지 신고 일하고 있다. 화상 입고 칼에 베이고 다쳐가면서도 내 아이들 밥 챙기는 마음으로 일하는데, 우리 밥값을 삭감한다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9년째 학교 조리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지난 21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 한 학교급식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조합원들도 연방 눈가를 훔쳤다.

연대회의는 경남도의회가 지난 20일 학교급식 노동자 밥값 소급분 12억 7700여만 원을 삭감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비정규직 체불임금 예산마저 삭감한 도의원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지난 21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학교비정규직 체불임금 예산 삭감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들은 "도의원들이 스스로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며 노동자 체불임금마저 지급하지 말 것을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경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급식 현장에서 식재료 준비, 조리, 배식을 하다보면 늘 시간에 쫓긴다며 "자리에 제대로 앉아 밥을 먹을 여유도 없고 밥을 차려줘도 넘어가지 않아 물에 만 밥을 선 채로 입에 떠넣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소급분 지급을 놓고 밥값 중복지급이라니 말도 안된다"며 말했다.

연대회의는 밥값 삭감을 주도한 천영기(통영2·자유한국당) 도의원의 지역구인 통영 도천테마파크 옆 삼거리에서 25일 오후 5시 30분 항의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연대회의 각 지회 간부들 중심으로 도의원 항의방문·의견 전달 등의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5월 전국학교비정규직 노조와 임금협약을 통해 급식종사자에게 정액 급식비 8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해 10월 도의회에 6~9월 소급분을 포함한 총 29억 원을 인건비 명목으로 편성한 추경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도의회 예결특위는 급식종사자 중 급식비 면제율이 82.6%에 이른다는 점, 월 8만 원을 소급 적용하면 급식비를 내지 않았던 이들에게 중복 지원을 하게 된다는 점 등을 들어 4개월 소급분 13억 8000만 원을 삭감했다. 도의회는 올해 다시 소급분을 넣은 추경예산안을 또 삭감 처리했다. /임정애 기자 hissing@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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