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기획·영화제작 등 다양한 활동
어른들, 가능성 인정하고 응원하길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나오고 다양성은 자유에서 나온다."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이 지난 22일 남해 상주중 학부모 연수 특강에서 한 이야기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회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성과 꿈을 키운다. 요즘 청소년들의 활동을 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우려를 뛰어넘고 아주 많은 것을 해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지면에 한 번씩 실리는 '청소년신문 필통' 기사를 보면 마냥 어리기만 한 철부지가 아니라 '청소년 기자'로서 지역을 돌아보고 생활을 성찰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거제에서는 지역 중학생들이 직접 꾸미는 '세계문화축제'가 지난해와 올해 열렸다. 중학생 기획자들이 기획팀·교육팀·행사팀으로 TF팀을 만들어 예산 수립에서부터 체험부스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공연기획, 이벤트 연출 등 축제 전 과정을 총괄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통해 이들을 청소년 큐레이터로 만들었다.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제12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가 열렸다. '달라도 좋아!'를 슬로건으로 42개국 173편의 작품이 상영됐는데, 그중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만든 작품 40편이 '레디 액션'이라는 섹션에서 경쟁했다.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보면서 '대단하다'와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부족한 점이 많이 어이긴 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었다.

일부 외국팀 어린이·청소년은 이번 영화제를 위해 한국 방문을 할 정도로 주변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국내팀도 <수상한 게임>을 제작한 '과천 공동육아 두근두근 방과후' 소속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부산을 찾아 응원하는 등 열기가 상당했다. 제작에 참여한 어린이·청소년은 무대 위에 올라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의 땀방울이 만든 성과를 직접 느끼고 더 큰 꿈을 꾸었다.

주변의 지지와 호응은 아이들이 더 큰 창의성과 다양성의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하는 자양분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사례가 눈에 띄었다. 주변 어른들의 이해 부족으로 '몸고생'보다 '마음고생'을 한 학생이 있었다. 학생들이 제작한 영화는 학교 현실이나 또래 청소년의 고민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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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학교 측이 이런 영화를 보고 '학교에 대한 반항'으로 인식했나 보다. 제작한 학생은 교사들에게 잇달아 야단을 듣고, 이들의 영화는 폄훼당했다. 영화제 참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이 학생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돼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다만 학교 측이 어른으로서도, 선생으로서도, 학생들에게 전혀 모범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들은 마치 날개 돋은 생물 같다. 온갖 가능성을 품고 어느 틈에 불쑥 성장해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과 꿈을 믿고 응원하고 지원하는 것이 어른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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