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빼기 근무' 하루 18시간 운전 예사
운전자 휴게시간 준수로 안전 보장을

"이건 저희가 제보를 받아서 입수했는데, 김해지역 한 시내버스 '6월 승무직 근무현황표'입니다. 6월 한 달 내내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한 노동자가 6명, 28일 이상 일한 이도 56명입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이하 버스지부)가 지난 17일 경남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전광재 지부 사무국장이 한 말이다.

'아니, 어떻게 한 달 내내 하루도 못 쉬고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우짤라고 이라노! 도대체 버스 이용하는 시민 안전은 누가 책임지노!' 수첩에 옮겨적으면서도 내 귀를 의심했다.

전 국장은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을 넘겨가며 과로로 졸음운전과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는 버스노동자들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휴게시간 보장 등 안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저임금 구조 속에서 사업주가 버스기사에게 '곱빼기 근무'라는 이름으로 하루 18시간 운전하게 하고, 다음 날 오전에도 근무조로 투입한다고 했다. 전세버스 사업장에서도 휴게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는 곳이 많지만, 실태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사고를 내 2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은 걸 보고도 이러고들 있으니, '돈보다 생명'이 아닌 '생명보단 돈'에만 눈이 멀었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나.

다른 사람 목숨 따위는 아랑곳없이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이란 말인가. 이런 조건에서 그 많은 버스가 움직이는데도 대부분 제시간에 맞춰서 도착하고, 사고를 내지 않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등록대수 2000만 대 시대라지만, 여전히 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한 대에 많게는 40~50명이 타기도 한다. 따라서 버스 졸음운전 사고는 버스기사와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 언제 어디서 대형사고가 일어날 지 알 수 없다. 어느 누군들 도로 위에서 날벼락 같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겠는가.

진리는 단순하고, 몸은 정직하다. 일을 했으면 당연히 쉬어야 한다. 운전하다가 잠온다 싶으면 이미 늦은 거다.

많은 사람 생명을 책임지며 운전하는 버스노동자가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조건에서 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병욱.jpg

늦게나마 경남도가 지난 24일 시외버스 등 사업용 차량 특별교통안전점검에 들어갔다. 8월 31일까지 모든 차량에 붙은 디지털 운행기록을 분석해 운전자 휴게시간 준수 여부 등 강력한 단속을 벌인다고 한다.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을 포함해 도로에 나오는 우리 모두가 안전한 경남이 되기를 바란다. 돈보다 생명!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