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과 유사…감염성·독소 질환
오염된 채소·식기류 균도 원인
지사제 남용 땐 합병증 우려도
부드럽고 가벼운 음식 섭취 권장

무더운 여름,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기온 높고 습도 높은 장마철에는 식품 위생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에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과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논란의 중심에 서며 시민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높이고 있다. 여름철 식중독에 대해 한마음창원병원 소화기내과 강호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식중독 원인 다양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한다고? 식중독이야?"

"아냐. 이상한 거 먹은 적 없어. 장염이야."

얼마 전 들은 대화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식중독과 장염은 다른 걸까.

식중독은 식품 섭취에 연관된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독소에 의해 발생한 것이 의심되는 모든 감염성·독소형 질환을 말한다.

장염은 소장이나 대장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대부분 음식 섭취와 관련이 있고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식중독과 따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강 교수는 "장염은 굉장히 광범위한 용어이다.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장에 염증이 생기는 상태를 장염이라 한다. 장염은 크게 감염성과 비감염성이 있는데, 비감염성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장염은 감염성 장염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성 장염은 세균성 장염과 바이러스성 장염으로 나눌 수가 있고, 세균성 장염은 세균 자체가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와 세균에서 생산해 내는 독소에 의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세균성 장염=식중독'이라는 표현은 완벽히 정확하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식중독이 세균성 혹은 세균 독성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세균성 장염을 식중독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을 먹지 않았으면 식중독이 아닌 걸까.

보통 설사 등 식중독 증세가 있으면 직전에 무엇을 먹었는지 짚어보게 된다. 이때 의심하는 것이 생선회와 같은 날 음식이나 덜 익힌 육류와 어패류, 상한 음식이다.

하지만 명백히 상했거나, 완전히 익지 않은 어패류·육류만 '탈'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오염된 채소류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고, 칼이나 도마를 통해 균에 감염될 수도 있다. 환자나 동물의 분변에 직·간접적으로 오염된 식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진료실에 온 환자들을 진료할 때 음식을 먹은 시간과 증상 발현 시간을 따져보면 어느 정도 원인균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30%가량은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설익은 육류·어패류뿐 아니라 채소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고, 오염된 손도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환자는 "이상한 것을 먹은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사제 함부로 쓰지 말아야

식중독 증상으로는 설사와 복통, 두통, 구토 등이 있을 수 있다. 일부 세균의 독소는 신경 마비, 근육 경련, 의식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체에 증상이 생기기까지 식중독균 잠복기에 대해 수 시간~수일을 거론하지만, 강 교수는 이에 대한 확답을 자제했다.

잠복 시간만 따져 특정균을 확정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황색포도상구균은 보통 2~3시간 잠복기가 있다. 하지만 잠복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획일적이지 않다. 그리고 어떤 균인지 균 자체를 구분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쉽지 않다. 균주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 것이 원칙이나, 임상적으로 치료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균을 파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있고,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래 진료 시 증상이 심하다든지 하는 경우 필요에 따라 대변배양검사 등을 통해 균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임상적으로 크게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식중독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보통 증상 발생 시기, 그전에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같이 음식을 먹은 사람 중 다른 사람은 증상이 없는지 등을 묻는다.

이를 통해 질병 단계를 파악하게 된다. 대부분 가벼운 식중독일 때는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하게 된다.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단순 장염이 아니라고 임상 증상에서 파악되면 추가 검사와 입원 치료까지 하게 된다.

약은 증상에 따라 조심스럽게 처방한다.

강 교수는 "약은 전문의와 상의 후 써야 한다. 식중독이 비교적 흔한 질환이라 가볍게 보고 함부로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슨 병이든 약의 오남용은 자칫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사를 하면 가정에서 지사제를 쉽게 복용하곤 한다.

강 교수는 "증상이 심해서 일상을 힘들어하면 지사제를 조심스럽게 쓰기도 한다. 하지만 설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지사제로 설사를 멈추는 것이 환자에게 꼭 도움되는 것만은 아니다. 독성 장염일 때 지사제를 심하게 쓰면 독소가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서 독성 장염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음창원병원 소화기내과 강호준 교수. /이원정 기자

◇사람마다 다른 장내 세균 총

같은 음식을 같이 먹고도 어떤 사람은 탈이 나고 어떤 사람은 말짱한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장내 세균 총'을 이야기했다.

강 교수는 "최근 들어 주목받는 이론으로 '장내 세균 총'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장에 살고 있는 여러 세균의 역할에 관한 연구이다. 우리 몸 안에는 수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몸에 좋지 않은 유해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균, 유산균처럼 좋은 역할을 하는 유익균이 있다. 어떤 균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쉽게 말해 유해균이 많은 사람은 탈이 잘 생긴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식중독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로 설사를 꼽지만, 설사를 한다고 모두 식중독인 것은 아니다.

식중독이 원인이 아닌 설사로 삼투성 설사가 있다.

삼투성 설사는 마그네슘, 인, 황과 같이 흡수되지 않는 이온 등을 섭취하면 이들이 장관 내에 남아 있게 되고 장관의 삼투압을 체액과 같은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몸속의 물을 장관 내로 끌게 되어 설사를 유발한다.

기능성 위장장애도 장을 자극해서 설사를 유발할 수 있고, 일부 항생제나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제도 설사를 일으킨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은 질환도 설사 증세가 있다.

가벼운 식중독 증상이라면 병원에서 진료받을 필요는 없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금식을 하거나 장에 자극이 되지 않는 부드럽고 가벼운 음식을 섭취하고 물을 끓여 먹는 등 일상생활을 주의하면 된다.

술이나 우유, 콩류 등은 장에 자극을 주므로 좋지 않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음식으로 강 교수는 의외로 과일을 꼽았다. 대부분의 과일은 장에 자극이 되므로 식중독 환자에게 좋지 않다고 한다.

강 교수는 "식중독으로 인한 설사는 대개 1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2주 이상 설사가 지속되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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