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참가선수 중 최고령…주종목 메달 획득 실패
2020년 도쿄올림픽 도전 의지…체력적 한계 극복이 관건

촌각을 다투는 수영선수의 전성기는 신체 능력이 정점에 달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다.

세계적인 수영선수는 10대 후반부터 세계 정상 등정에 성공하고 거기에 경험을 더한 20대 초반에는 여러 종목을 섭렵해 '다관왕'에 오른다.

1989년생 박태환(28·인천시청) 역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이 최고 전성기였다.

2007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을 때가 18세였고 이듬해에는 베이징올림픽까지 제패했다.

'타이틀'이 아닌 '기록'에 초점을 맞추면, 박태환이 선수로 가장 빛났던 때는 21세였던 2010년이다.

그의 자유형 400m(3분41초53)와 자유형 200m(1분44초80) 최고 기록 모두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작성됐다.

이 기록이라면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준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에 해당한다.

한국 팬들 머릿속에 박태환은 언제까지나 '마린 보이'지만, 이제 그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최고참 대접을 받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자유형 400m에는 52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그중 박태환은 단 2명뿐인 1980년대생이었다. 그리고 8명이 겨루는 결승에서는 1990년대생 선수 7명과 함께 기량을 겨뤄 3분44초38의 기록을 내고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자유형 200m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준결승에 진출한 16명 중 박태환이 최고령이었으며, 강력한 우승 후보 쑨양(중국)과는 3살, 맥 호튼(호주)과는 무려 7살이나 차이가 났다.

박태환은 26일 오전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200m 결승에서 1분47초11로 최하위인 8위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사흘 동안 박태환은 400m 예선과 결승, 200m 예선과 준결승, 결승까지 총 1400m 거리를 전력으로 헤엄쳤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상당한 거리다.

박태환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어릴 땐 선배들이 만 나이를 따지는 게 와닿지 않았는데, 어느새 나도 그렇게 말하고 있더라. 솔직히 훈련 때도 예전보다 피로도가 느껴진다"며 나이 때문에 예전보다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는 걸 인정했다.

결국,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시간을 거스르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이번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박태환이 메달을 따는 건 어려워졌다.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많은 체력을 소모한 가운데 이제 자유형 1500m만을 남겨두고 있다.

'박태환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수영 선수로는 '황혼'이나 다름없는 30세를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 노민상 전 대표팀 감독은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32·미국)를 사례로 들며 "요새는 스포츠 과학이 발달해 서른을 넘어도 꾸준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펠프스만 해도 (리우에서)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웠나. (박)태환이의 기량과 잠재력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최고 기록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박태환이 예전 기량을 되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박태환은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된 이후 FINA로부터 18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징계에서 벗어난 뒤에도 국가대표 지위 확보를 위한 법정 투쟁을 벌이느라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바라보는 박태환의 앞에는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대회 등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20대인 박태환도 다음 세계선수권과 도쿄에서는 '서른'으로 출발대에 서게 된다. 박태환의 '제2의 수영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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