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창녕 개발 사업, 주민-행정 갈등 증폭
주민 주도 개발 사업·행정 지원 연속성 절실

지난 24일 밀양시 단장면 안법리 골프장 공사장에서 70대가 운전하는 레미콘 차량이 전복해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3일 후인 27일, 사고도 사고지만 주민들이 골프장 건설 공사를 반대하는 터라 직접 현장에 가 봤다. 마을로 다가갈수록 산을 깎아 공사하는 처참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 위에는 '농민들의 신음 위에 골프장이 웬 말이냐', '수질오염 토질오염 다 시키는 골프장이 웬 말이고'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법흥마을 대책위는 공사 중에 돌이 마을로 굴러 내려온 데다 공사 소음이 심각하고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고 했다. 감물리 대뱅이마을 주민들은 깨끗한 저수지가 오염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허가를 받은 골프장 공사는 9년 동안 시행업체가 여러 번 바뀌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더 깊어져 가고 있다. 실제 저수지 있는 곳까지 차로 올라가 보니 산 풍광이 깊고 아름다웠다. 자연 그대로 멋진 산을 보기 싫게 깎아서 골프장을 만드는 사업을 누가 허가해 준 건지 한숨이 나왔다.

지난 2013년부터 홍준표 전 경남지사 제안으로 추진했던 창녕 낙동강 워터플렉스 사업도 난관에 봉착했다. 환경청이 '워터플렉스 조성 사업지 인근에 칠서취수장이 있어 상수원 오염 우려가 있고, 낙동강 일대에 녹조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발표하면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도 사업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사업은 이전부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견해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쪽으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창녕 남지 주민들의 허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첫 단추를 잘못 꿴 개발 행정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개발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장 의지로부터 출발한다. 주민들이 먼저 사업을 제안해 이뤄지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주민들은 수동적이다. 지자체장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잘될 듯하면 기대를 걸며 올인하고, 잘 안 될 듯하면 포기하곤 한다. 허탈감은 기대를 걸었는데 무산될 때 곱으로 다가온다.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푸는 방법은 독일 프라이부르크 사례를 본받아 봄 직하다. 1970년 프라이부르크에 원래는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하려 했으나 시민들이 위험하다고 반대했다. 그 후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에너지를 가장 잘 활용하는 환경 도시(그린시티)로 부상했다. 프라이부르크가 46년간 '그린시티' 명맥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주민들 힘과 행정 시스템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개발 사업을 행정이 지원해주고, 행정 담당자를 수십 년 동안 바꾸지 않고 그 사업이 성공할 때까지 책임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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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이 지역 활성화를 앞세워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하는 개발 사업, 사업 시행 시 주민 갈등 해소 대책에 소극적인 행정, 사업이 틀어졌을 때 행정 책임으로 돌리는 비난의 화살.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지역 개발 행정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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