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을 위한 특별 토론회
정부 지방분권형 개헌 추진 중 지역신문 활성화 필요성 제기
법률 개정·땜질식 지원 탈피…언론 스스로도 개혁 노력해야

지난 19일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이 핵심인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발표 이후 전국적으로 지역 언론 활성화 논의가 활발하다. 지역 다양성과 공공성을 실현할 수단으로 지역 언론이 올바르게 기능을 해야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언론 학자들은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나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한 중요한 이유로 지역 언론 기능 약화를 꼽는다.

지난 28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을 위한 특별토론회'에서 언론노조, 언론학회, 언론시민단체가 함께 채택한 '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을 위한 공동 선언'은 지방분권 시대를 추진하는 정부와 지역 신문이 해야 할 일들을 잘 담아냈다.

◇지방 분권 시대, 지역 신문 활성화하려면

선언은 우선 지금처럼 서울 중심 언론이 지역에서도 위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지역 신문은 생존 자체가 힘들다고 진단한다. 경영 위기에 몰린 지역 신문 소속 기자들은 돈벌이 전선으로 내몰리는 처지다. 일부 이야기지만 광고 수주 등을 위한 수익 활동이 편집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많다. 지역 주민이 아니라 광고주, 공공기관, 토호세력을 대변하는 노릇이나 하는 신문이 많아진 까닭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역 신문이 제대로 저널리즘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 선언은 신문법과 지역 신문 발전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신문법 개정은 지역 신문이 편집권 독립을 이루고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필수요소다. 법적으로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보장받고, 경영정보 공개 조항을 신설해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지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이 후원한 '지역신문의 활성화와 개혁' 토론회가 지난 28일 대전 충남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열렸다.

선언은 또 지역신문발전법을 일반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법은 지난 2005년 6년짜리 법률로 제정돼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 신문에 한숨 돌릴 공간을 만들었다. 그동안 두 차례 연장되긴 했지만, 한시법이란 특성상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지역 언론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지만, 이 법을 통한 정부 지원금도 현재 거의 고갈 상태다.

법률 개정 이외 선언은 정부 광고 집행 관행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현재 정부 광고는 대체로 정부에 협조적인 언론사를 위주로 하고, 주로 서울 지역 언론에 집중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선언은 서울지와 지역지 배분을 균등하게 하되 편집권 독립 수준, 경영진 도덕성 등 대상 지역 신문을 선정할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자고 했다.

선언은 끝으로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업자 공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뉴스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는 현실에서 포털업체들이 서울 지역 언론 위주로 콘텐츠를 제공해 지역 주민과 독자의 알권리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어 포털업체가 참여하는 가칭 '미디어다양성기금'을 신설해 취재 장비, 언론인 재교육, 지역 주민 미디어 교육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도 선언에 담겼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 제1주제 '지역신문지원제도의 성과평가와 개선 방향' 발제를 맡은 경남대 안차수 교수는 "지역민주주의 핵심 구성요소인 지역신문을 보호·육성하는 것은 지역 주민의 행복추구와 지방 자치를 보장하는 헌법적 실천"이라며 "한시법인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의 상시법 전환과 안정적인 재정 마련,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 대상사 선정 등을 정책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신문 자신도 저널리즘 회복 위해 애써야

이날 선언에는 지역 신문 저널리즘 자체가 위기에 놓였다는 반성도 담겨 있다. 현실적인 경영 위기를 해결하려면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역 언론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관련 논의는 이날 이루어진 토론회에서 자세하게 다뤄졌다.

이날 토론회 제2주제 '시민사회에서 본 지역신문의 개혁 과제' 발제를 맡은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은 "지역신문의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진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사이비 언론 폐해 등 고질적인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행태는 지역신문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지역신문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무너진 언론윤리와 저널리즘 가치를 회복하려면 지역신문에 대한 공적 지원에 앞서 언론계 스스로 특별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역신문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윤영태 동의대 교수는 "가장 무서운 건 잘못된 보도가 아니라, 아예 보도되지 않는 것"이라며 "(지역에서도) 언론과 정·재계 유착은 심각하며, 우리 사회에 규제 시스템이 없어서 시민단체가 나서야 할 분야"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역신문에 요구하는 것은 공적인 책무인데 그 기반은 사적인 영역이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며 "사적 기반을 공적 영역으로 부분적이나마 흡수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에 앞서 언론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는 지역 언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김세은 강원대 교수는 "지역에 부실한 언론들이 많은데, 지원에 앞서 언론을 도구화하는 부실한 언론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언론이) 아무리 힘들다지만 망하는 신문은 없다"며 "하나라도 제대로 망하는 신문이 있어야 좋은 추진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지역 신문에 다양한 콘텐츠 지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창한 이야기 말고 다양한 생활 밀착형 주제도 지원 가능하다고 본다"며 "인건비 지원 등으로 직업으로서 (지역 신문) 기자가 괜찮다는 것을 유지하도록 여러 가지 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역신문 활성화와 개혁을 위한 공동 선언'을 채택한 이번 토론회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 중심으로 지역 분권과 지방자치 강화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찾자는 취지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동조합협의회, 한국지역언론학회,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함께 개최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