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편의만 주장하는 창원시 두 의원
교통 효율 위해서라면 다른 방안 찾아야

얼마 전 창원시의회에서 안민터널에 있는 자전거 도로를 없애고 그 길을 자동차 도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명의 시의원 주장의 뼈대는 출퇴근 시간에 안민터널의 자동차 통행량이 너무 많아 도심 전체가 마비될 정도이기 때문에 터널 내 자전거 도로를 철거하고 그 공간을 자동차 도로로 만들어 한 차로를 더 늘리자는 것이다. 시의원은 안민터널 내 자전거도로를 철거하는 대신 안민고개를 넘어가는 도로에 차량 통행을 막고 이 길을 자전거 도로로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창원시는 자전거 도로를 철거하더라도 그 폭이 자동차 도로 1개 차로만큼 폭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차로를 늘릴 수 없고, 국비를 지원받아 건설한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철거할 수도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자전거 도로 철거 또는 존치라는 결과가 아니라 이 사안을 바라보는 두 시의원의 시각이다. 두 시의원의 시각은 철저히 자동차 운전자의 시각이다. 자동차 운전자의 시각으로 보면 몇 사람 이용하지도 않는 자전거 도로 쯤이야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그 몇 안되는 자전거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 만큼 소중한 도로도 없다. 그 도로가 없다면 이 땡볕에 자동차도 힘들어하는 고갯길을 자전거를 타고 넘어가거나 아예 자전거 타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두 의원의 주장은 자동차 운전자 편하자고 자전거 이용자를 죽이려는 꼴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마도 '효율성' 얘기를 할 것이다. 많은 예산 들여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놨는데 이용자도 많지 않으니 철거해서 자동차 도로로 만드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그렇다면 한번 따져 볼 일이다. 과연 출퇴근 시간에 안민터널을 오가는 자동차에 2명 이상 타고 있는 자동차가 얼마나 될까. 장담하건대 나홀로 출퇴근 차량만 싹 줄여도 안민터널 통행은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나홀로 출퇴근 차량에 요금을 3000원씩 걷으면 어떨까? 안민터널 통행 원활이 목적이라면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애꿎은 자전거 도로 탓하지 말고.

나는 서로 다름과 다양성, 공존을 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가 선진 사회이고 더 발전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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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도로는 공공재이고 고속도로처럼 특수 목적으로 설치된 도로가 아니라면 모든 교통수단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공공성을 살리는 길이라 믿는다. 그리고 안민터널 문제해결의 방향은 멀쩡한 자전거 도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교통량을 줄이는 쪽이어야 한다. 시민들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자전거 도로는 오히려 더 늘려야 한다. 시내 교통 분담을 위해서도, 환경을 위해서도,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시의회에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은 참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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