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이컵 세계서 가장 많이 써
정부 '일회용 줄이기' 협약 등 노력
일부 카페 개인컵 사용 시 할인해줘

"머그잔에 드릴까요, 테이크아웃 잔에 드릴까요?"

언제부터인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커피전문점이 늘고 있다. 손님들도 카페 직원이 건네는 일회용 컵을 망설임 없이 건네받는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종이컵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하루에 한 사람이 평균 1개 반 정도 쓰는 수준이다. 특히 동네나 시장의 작은 가게 등 소소한 곳에서 쓰는 종이컵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종이컵을 아예 안 쓰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 조금이라도 적게 사용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종이컵 재활용 법률 제정 추진

2002년 10월 환경부는 패스트푸드점 5개, 커피전문점 19개 업체와 일회용 종이컵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종이컵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03년부터 시행한 것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을 매장으로 다시 가져오면 50~100원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5년을 시행하다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등 지적이 잇따르자 2008년 3월 20일에 폐지됐다. 같은 해 6월 30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식품접객업소와 집단급식소 일회용 종이컵 사용 규제가 풀렸다. 그러자 종이컵 사용량이 20~50% 늘었다.

환경부는 다시 2009년 9월 휴게음식점 13개 업체와 한 번 더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협약 업체인 스타벅스 커피는 개인 컵 또는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300원을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하며, 맥도날드는 3회마다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개인 컵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할리스 커피 역시 매장에서 머그잔으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리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면 300원이 할인된다.

최근 바른정당 박인숙 국회의원(서울 송파구 갑)은 일회용 컵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반환한 컵은 환급을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다 쓴 일회용 컵 제대로 버리기

종이컵을 안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릴 때 제대로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사서 가져간 일회용 컵을 들고 다니다 귀찮아져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 금정구는 지난 2월부터 부산대 주변 커피 매장과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대상으로 '테이크아웃 컵 되가져오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른 매장에서 사용한 일회용 컵이라도 주변 아무 매장에서 버릴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참여 매장에는 매달 100ℓ 종량제 봉투를 무상으로 주고, '눈치 보지 말고 다 마신 테이크아웃컵 우리 카페에 버려 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은 스티커나 팻말을 설치한다. 부산대 앞 더벤티 1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예진(25) 씨는 운동을 하고 나서 가게 모퉁이에 쌓여 있던 일회용 컵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금정구청 청소행정과 김귀엽 주무관은 "일회용 컵을 버리기 곤란할 때 가까운 커피전문점을 지나가다 잠깐 들러서 버릴 수 있으면 길거리에 나오는 쓰레기가 줄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테이크아웃 컵 되가져오기 운동은 올해 12월까지 운영될 계획이다.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

일회용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카페를 늘리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2017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셜벤처 창업지원 사업'의 소셜벤처 예비창업팀으로 선정된 유리병 세척소 '보틀팩토리팀'의 공동 대표인 정다운(37), 이현철(34) 씨가 그 주인공이다. 창업지원금으로 1000만 원을 지원받은 보틀팩토리는 지역 내 카페에 일회용 컵 대신 사용할 유리병을 보급하고, 사용한 유리병을 수거, 세척해 다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자이너인 정 대표는 평소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일회용 컵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다. 2015년 자신의 작업실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보틀카페'를 먼저 열었다. 카페는 일회용 컵 대신 보증금 1000원과 함께 재사용할 수 있는 유리병을 제공하고,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보증금이라는 개념과 병을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이 됐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문제의식에 공감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보틀카페를 운영하며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가 확산하려면 병을 위생적으로 씻고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의 보틀팩토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보틀팩토리팀은 현재 중국의 공장과 유리병 생산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병이 다 제작되면 서울 지역의 카페 5곳을 대상으로 약 3개월간 시험 서비스를 거친 뒤 올해 안에 문을 열 계획이다. <끝>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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