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위축에 지역경제 타격 우려
시민들 수사 신속히 마무리되길 바라

'사면초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라는 뜻으로 적에게 포위되거나 몹시 어려운 일을 당해 극복할 방법이 전혀 없는 곤경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다. 이 고사성어는 사천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이 처한 형세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요즘 KAI는 방산비리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2차례에 걸쳐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5곳의 KAI 협력업체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성용 사장까지 사임했다. 첩첩산중이다. KAI는 사공이 없는 나룻배 신세로 경영공백은 어쩔 수 없는 검찰수사의 잔여물이다.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자 지역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특히 KAI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미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 사업(APT)에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걱정이 태산만큼 크다.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국산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를 미 공군 요구에 맞게 T-50A로 개량해 최종 제안서를 미 공군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올해 말 선정을 앞두고 보잉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사업규모가 18조 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검찰은 현재 하성용 전 사장의 가짜 법인계좌, 임직원들의 비자금 조성 의혹, 명절 때 직원들에게 줄 상품권(17억 원) 증발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개발한 '수리온'은 주요 부품의 성능 미달, 부실시험 및 인증 등 무려 40건이나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수리온은 '고철 덩어리', '총체적 부실 덩어리'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 기술로 만든 '명품 헬기'는 아니더라도 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국산 헬기를 만들어낸 우리 방산업계의 저력은 인정해야 한다. 경험 많은 외국의 유수 헬기 제작사들도 새로 만든 기체를 안정화시키는 데 10여 년의 기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하니 제기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물론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다. 발본색원해야 마땅하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호위호식하면서 국민의 안위와 생명을 헌신짝처럼 대하는 부패세력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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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천시민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나 보다. 그 어떤 것보다도 검찰의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KAI가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방위산업 전반으로 확대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사천시민과 지역의 사회단체, 정치·경제계는 50여 개 KAI의 협력업체의 연쇄부도가 현실화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KAI와 50여 개 KAI의 협력업체가 없다면 사천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사천시민이라면 분명 생각하기도 싫다고 입을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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