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휴가 때 거창 수승대로 차를 몰았다. 깊은 산속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계곡에 잠시 여름을 잊는 듯했다. 마침 연극제가 한창 펼쳐지고 있었다. 계곡과 산을 배경으로 공연장 너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이보다 더 좋은 피서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

1년이 흘러 다시 찾은 거창. 거리엔 '거창한 여름연극제', '거창국제연극제'가 적힌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게다가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추진하는 대학연극제까지. 언뜻 보면 거창은 그야말로 연극 도시이고 문화예술이 살아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실상은 겉모습과 다르다.

국내 최대 야외 연극제를 자부했던 거창은 내홍으로 올해 행사를 두 곳에서 나누어 열었다. 둘로 나뉜 연극제처럼 군민 마음도 쪼개졌다. 개막식 당일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식어버린 축제 열기에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더군다나 작은 시골지역에서 같은 내용의 행사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상황을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정이다.

거창군이 갈등을 빚는 사이 여름공연예술축제가 열린 밀양은 연극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26일 개막식에서 박일호 밀양시장은 "밀양연극제가 아비뇽처럼 세계적인 축제 도시가 되지 말란 법 있느냐"고 했고, 이윤택 예술감독은 "밀양시 전체가 극장이며 쉼터가 되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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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수승대 계곡에서 공연장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아직 선하다. 국내외에서 모인 연극인들 열정에 군민들 뜨거운 관심까지 더해진 축제는 지역을 넘어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젠가 다시 찾을 거창의 여름에 지난날 축제를 다시금 즐길 날이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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