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 잇따른 죽음…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과도한 업무·스트레스 커
유족 진상규명·처벌 요구 노동부 근로시간 위반 확인…마사회 "시정조치 하겠다"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자, 노동계가 한국마사회 경영진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5월 27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소속 마필관리사 ㄱ(39) 씨가 마방 앞에서, 지난 1일 오전 또 다른 마필관리사 ㄴ(36) 씨가 창원시 진해구 한 농장 입구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올 들어 30대 마필관리사 2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왜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왜 목숨을 끊었나 = 마필관리사는 경마장에서 말과 마방 관리를 하는 직종이다. 지난 1일 숨진 마필관리사 ㄴ 씨는 팀장이 다쳐서 병가를 내자 별도 인력 충원 없이 본인 업무에다 팀장 업무까지 5∼6개월 수행해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ㄴ 씨는 팀장이 업무에 복귀했지만, 위염·장염 등을 앓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말 훈련까지 맡으면서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컸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경주마 실적 압박까지 더해져, 이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ㄱ 씨는 앞서 지난 5월 숨지기 전 경마장에 대한 불평을 담은 유서를 남겼다. 숨지기 열흘 전에 그는 마필관리사 문제에 대해 한 정치인과 상담까지 했다.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두 사람 모두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우원식(맨 오른쪽)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들과 마필관리사 유가족,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회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마필관리사 2명의 죽음과 관련해 한국마사회 경영진 퇴진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접고용 등 구조적 문제 = 노동계와 정치계는 이들 마필관리사의 죽음이 마사회 착취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유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이후 마사회 죽음의 착취 구조를 분쇄하고자 투쟁을 전개했지만, 또 한 명의 조합원을 떠나보내야만 했다"며 "마사회 착취구조를 끝장내는 투쟁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마사회 경영진 즉각 퇴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영진 처벌 △국회진상규명위원회 설치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착취체제 조사, 죽음 원인 규명 △노동부 작업 중지 조치 등을 요구했다.

노동당 경남도당도 "두 노동자 죽음은 마사회 노동 착취구조에 따른 것이기에 마사회가 철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마사회 관리감독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마사회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하고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임원 고액연봉이나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고 정규직 중 고연봉자의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비정규직을 직고용하고 처우를 개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마필관리사가 변형된 간접고용 사례로, 마사회 비정규직 비율이 81.9%에 이르지만 이 통계에조차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3년 개인마주제 시행 후 마주가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가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구조다.

노조는 마필관리사가 조교사로부터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그 이외에는 성과급을 지급받는데, 부산경남경마장은 성과급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배분이 투명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5월부터 △마필관리사 마사회 직접고용 △진정성 있는 사과, 재발방지 약속 △노동탄압 중단 △숨진 조합원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조교사 갑질 금지 등을 요구해왔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 =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마필관리사 운영 문제가 부각되자,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8일까지 한 달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사업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시행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근로기준·고용실태 등 전반에 걸쳐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총 근로시간 위반, 통상임금 착오로 미지급된 임금, 서류보존 기한 3년을 어긴 부분 등을 적발했다. 마필관리사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은 아니다. 법을 위반한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2일 한국마사회는 이번 마필관리사 죽음에 대해 입장 설명 자료를 냈다. 마사회는 "경찰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필관계자 운영과 관련 실태조사, 제도 개선 과제 등에 대한 '특별감사'를 신속히 진행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지적 사안을 신속히 시정조치 하겠다.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유가족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조속한 사태 해결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시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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