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논리로 합리적사고 막는 인지부조화
오류 줄이려면 객관적인 평가·반성 필요

시누이와 올케가 오래간만에 마주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매일 밤늦게 들어오는 자신 남편 흉을 보던 시누이가 올케에게 "언니는 어쩌면 그렇게 오빠와 사이가 좋을 수 있어요?"라고 묻자, 올케 왈 "매일 밤 나에게 최면을 걸어요. 내가 정말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고." 올케는 매일 늦은 남편을 미워하는 대신 자신이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거나, 내 의견과 맞지 않는 의견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는 괴로운 정신 상태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는 심리적 불안감을 일으키고, 사람들은 이런 불안감을 없애려고 기존 생각을 바꾼다. 이런 자기합리화는 자기 방어기제의 하나로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된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일을 흔히 경험한다. 술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술자리는 필수라는 생각, 내가 키운 과일이 마트에서 파는 과일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기농이라 훨씬 맛있고 몸에 좋다는 생각, 내가 산 물건에 단점이 보여도 이 가격에 이 물건이 가장 합리적 구매라는 생각 등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레온 페스팅거 교수는 인지부조화와 관련한 유명한 실험을 수행했다. 대학생 집단에 한 시간 정도 실패에 실을 감는 일을 시켰다. 매우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었다. 이후, 다음 사람이 일을 이어서 하려고 왔을 때, 이 일이 재미있다고 거짓말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집단은 거짓말의 대가로 1달러를 받고, 다른 집단은 20달러를 받았다. 어느 집단이 지루한 일을 더 좋아했을까? 1달러를 받은 집단이 20달러를 받은 집단보다 일이 더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20달러를 받은 집단은 거금의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자신을 합리화했다. 1달러를 받은 집단은 1달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은 일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자신의 감정을 왜곡함으로써 자신을 합리화했다.

인지부조화는 종종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기도 한다. 브루스 모즐리 휴스턴 외과의사 팀은 무릎 골관절염을 앓는 사람 180명을 연구했다. 가짜 관절경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실제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과 유사한 정도로 통증이 줄어들고 운동능력이 향상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짜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음에도 증세가 호전됐다는 것이다. 가짜수술을 받은 사람은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은 적이 없음을 알면서도 의사가 무릎을 고쳤다고 주장했다.

이런 인지부조화는 '수술을 받지 않았다.'라는 사실에 대한 이성적 판단보다 '덜 아픈 것 같다.'라는 느낌에 치우친 결과일 수 있다. 느낌 혹은 감은 어떤 사전의 경험이나 지식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느낌 혹은 감은 결정의 순간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 때문에 느낌 혹은 감이 틀린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틀리지 않았다고 고집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이것은 사람들이 상식적이고 객관적으로 제시되는 다양한 반대 증거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기보다, 잘못된 논리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지부조화로 말미암은 오류를 줄이려면 끊임없이 자신이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반성하고 평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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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임 문무일 검찰총장이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주천난'(做天難)이라는 한시를 읊었다. 검찰총장이 한시를 읊은 이유를 두고 우려의 시선들이 많다. 한시의 내용이 검찰개혁을 바라는 청와대나 국민의 요구와 검찰총장의 생각이 달라 실행에 옮기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의 완성은 실행에 있으며, 이를 담당할 수장의 실행의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총장의 한시가 검찰개혁에 대한 어려운 심경을 토로한 것이겠지만, 인지부조화에 의한 자기합리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것은 필자의 지나친 노파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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