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서태종 연구원 "최근 유가 상승 일시적"… 해양플랜트 본격 수주 지연될 듯

최근 두 달 사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국제유가가 지난 4일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1.09달러까지 올랐다. 북해 브렌트유 52.42달러, 서부텍사스유(WTI) 49.58달러를 기록하며 50달러 선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는 일시적이며 해양플랜트 본격 발주 기준점인 배럴당 60달러대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국내외 연구보고서가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도내 해양플랜트산업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말과 12월 초 OPEC(중동·아프리카 중심 13개 산유국 모임)과 비OPEC 산유국의 잇따른 원유 감산 합의로 올해 초 배럴당 50달러대(두바이유·서부텍사스유 기준)를 회복했던 유가가 지난 3월 말부터 40달러대로 다시 내려갔다가 6월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2개월간 두바이유는 지난달 7일 배럴당 45.88달러라는 최저점을 찍었다가 지난 4일 51.09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북해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도 지난 6월 21일 각각 44.82달러, 42.53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가 4일 각각 52.42달러, 49.58달러까지 올랐다.

한국투자증권 서태종 연구원은 6일 관련 리포트에서 최근 유가 상승 추세 원인을 △나이지리아가 원유생산량을 180만 b/d(barrels per day·하루 생산 원유량)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제한하겠다고 한 점 △사우디아라비아가 8월 원유 수출량을 전년 동월보다 100만 b/d 줄이겠다고 한 것 △휴가철(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미국 원유 재고가 5주 연속 감소세인 점 △미국 리그(rig·굴착 장치로 보통 유전지대 굴착 설비를 이름) 수 증가세 둔화 등을 들었다.

이어 서 연구원은 "최근 유가 상승곡선이 투기성 자본(헤지펀드)의 매수 포지션 증가보다는 (쇼트 커버링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며, 미국 드라이빙 시즌 수요는 정점을 찍어 원유 재고 감소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또한 OPEC 감산 합의 균열 발생,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입을 금지하고 싶어도 자국 정유 회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은 점 등으로 유가가 50달러를 웃돌면 미국발 공급 증가 우려는 다시 커질 것"이라며 유가 상승곡선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말 15개 투자은행(IB)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IB들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53달러, 내년에는 브렌트유 55달러·서부텍사스유 53달러로 전망했다. 2019년에도 브렌트유 기준 60달러 선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중순 펴낸 '미국 트럼프 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올 4월 첫째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은 924만 b/d로 이미 작년 평균 생산량보다 하루 30만 배럴을 더 생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OPEC 합의 감산 목표량의 4분의 1을 상쇄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 아래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국제 석유시장에서 미국 영향력은 확대하고 반면 OPEC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면 저유가 장기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에너지와 해양플랜트 전문 조사 컨설팅사인 더글러스 웨스트우드사는 유가 하락 이전에 승인된 유전이 본격 가동하기 시작하는 내년에 원유 시장 내 공급 과잉이 부활해 2021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양프로젝트 발주(해양플랜트 수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럴당 60달러대 회복이 2021년까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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