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90㎞ 떨어진 수도산서 발견
안전 위해 경우의수 헤아려 해법 찾아야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웅녀는 곰의 화신이다. 마늘과 쑥으로 연명하며 끈질기게 버텨 곰은 여자로 환생한다. 같이 시험대에 올랐던 호랑이는 인내심이 바닥나 인간이 되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우리가 호랑이보다는 곰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서가 아니라 건국설화 속에 살아 숨 쉬는 상징성으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그래서 반향이 컸음을 기억한다. 여섯 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한 후 모니터링을 통해 적응과정을 관찰하면서 기대 개체수를 늘려 반달곰이 사는 지리산, 지리산에 둥지 튼 반달곰을 재현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인 만큼 흥미로움을 더해왔음을 숨길 수 없다.

진척도는 예상외로 빨라 10여 년 사이에 47마리로 불어났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터졌다. 서식지로 지정된 지리산을 벗어나 90㎞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월경했다가 사로잡힌 한 마리가 원위치로 옮겨져 재방사됐는데 다시 수도산에서 연속 포획망에 걸린 것이다.

그로써 지금까지는 없던 의문이 생겼다. 반달곰은 꼭 지리산에만 갇혀 살란 법이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강제한다고 해서 네발 달린 동물이 일정 장소에 얌전히 묶여있을 리는 만무하다. 어디를 가나 숲과 계곡이 잇대어 있고 계곡이 있으면 산은 저절로 그늘을 드리우는 법. 지리산을 벗어나는 것은 곰에게는 손바닥 뒤집는 일처럼 쉽다. 수도산에서 생포된 그 수컷 곰은 지리산에 재방사되자마자 바로 발길을 돌려 수도산으로 되돌아갔다. 걸린 시간은 불과 다섯 시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위치확인이 안 되는 스물여덟 마리는 그렇다면 지리산에 거주하고 있을까 자문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반달가슴곰이 수도산으로 외연을 확장한 사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이거나 모두일 것이다. 암컷을 찾아갔거나 먹이활동 중 택일이 정답일 터인데 그러나 암컷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먹을거리원정으로 보면 타당하다. 주소지 이전의 자유를 구가하며 북동쪽으로 가다 보니 수도산까지 가게 됐고 그곳에 좋아하는 나무껍질이나 열매, 벌꿀이 많은 것을 발견했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인위적 통제를 최소화하고 곰이 원하는 바의 장소에서 자연 흐름에 따라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진정한 목표점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배경인 것이다.

윤석년.jpg

곰은 덩치가 크고 잡식성인 데다 이빨과 발톱이 날카로워 위험부담이 따르는 동물이다. 아직 누구 하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활동영역이 광역화하면 그 뒤가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비로소 실측에 나서 공존과 조화의 가늠자를 찾기 시작했다고는 하나 곰의 마릿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예측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잦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리산은 국내 최고 명산으로 찾는 등산객이나 탐방객이 한 해 100만을 웃돈다. 안전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 충분한 조건을 가지는 것이다. 예상되는 경우의 수를 모두 헤아려 합리적이고도 과학적인 대처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