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선수권대회 은퇴전 100m 레이스 3위로 마감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메달10년간 1위 한번도 안 놓쳐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는 의연했다. '승자' 저스틴 개틀린(35·미국)에게 축하 인사를 했고, 런던 스타디움 트랙에 입을 맞췄다. 자메이카 국기를 흔드는 팬들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위닝 노트'는 완성하지 못했다.

◇마지막 100m 경기서 아쉬운 3위

볼트는 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5로 3위에 머물렀다.

9초92의 개틀린에게 정상을 내줬고, 10살 어린 신예 크리스천 콜먼(21·미국)에게도 밀렸다. 준결승에서부터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볼트는 준결승 3조에서 9초98로, 9초97의 콜먼에게 밀렸다.

볼트는 예선과 준결승에서는 속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1위'에 대한 욕심은 낸다. 이번 준결승에서는 콜먼의 기세에 1위를 포기해야 했다. 결승에서는 마지막까지 전력 질주했지만, 전성기 시절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선보이지 못하고 3위에 머물렀다. 세계선수권 12번째 금메달과 100m 3연패를 자신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선수로 은퇴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올린 볼트는 '마지막 100m 결승'에서 우승을 놓쳤다.

훈련 부족이 낳은 결과다. 볼트는 지난 4월 절친한 동료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 저메인 메이슨(영국)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목격했다. 볼트는 대회 전 "충격이 너무 커서 3주 동안 훈련을 하지 못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훈련 진행이 더딘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부진한 출발 만회하지 못했다…후회스럽다"

우사인 볼트가 마지막 100m 결승이 끝난 뒤 후회가 가득한 소감을 밝혔다.

"늦은 출발이 내 발목을 잡았다. 예전에는 레이스 중에 회복했는데, 이번에는 실패했다."

전성기 시절의 볼트는 출발이 늦어도 가속을 하며 50m 이후에는 1위로 나섰고, 여유 있게 우승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볼트는 "출발이 부진했고, 중후반 레이스에서 만회하지 못했다"며 "이런 레이스를 펼친 것이 후회스럽다. 마지막 경기라는 걸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니 마지막 100m 결승에서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예선전이 끝나고 나서 이례적으로 "내가 사용한 것 중 최악이었다. 스타팅 블록이 불안정했다"며 "훈련할 때도 스타팅 블록이 고정되지 않고 뒤로 밀리는 느낌이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출발선에 고정하는 스타팅 블록은 가속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볼트는 다소 미끄러운 이번 대회 스타팅 블록을 불만스러워했다.

하지만, 결승전이 끝난 뒤에는 수위를 낮췄다. 우승자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다. 볼트는 "결승전에서도 스타팅 블록을 찰 때 편안함이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같은 조건이다. 불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9초92로 우승한 저스틴 개틀린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볼트는 "개틀린은 정말 훌륭한 경쟁자다. 예전부터 개틀린과 달릴 때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고 말한 뒤 이날 개틀린이 우승하고도 야유를 받은 걸 의식한 듯 "개틀린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개틀린이 결승에서 볼트를 누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볼트가 등장하기 전, 남자 최고 스프린터는 개틀린의 차지였다.

하지만, 그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게 적발돼 2005년 말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개틀린이 자리를 비운 동안, 볼트는 단거리 황제로 군림했다. 개틀린은 2010년 트랙에 복귀했지만, 볼트의 들러리 노릇만 했다.

개틀린은 "볼트는 모든 걸 이룬 스포츠 스타다. 그와 경쟁하고자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는 볼트도 안다"며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전설처럼 막 내린 볼트 '빛나는 10년'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볼트는 세계 스포츠계에서 가장 빛나는 스타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00m, 200m, 400m 계주를 석권하며 '세계 최고 스프린터'로 올라선 볼트는 런던 세계선수권 전까지 메이저대회 결승전에서는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베이징올림픽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 대표로 출전한 네스타 카터가 도핑 재검사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볼트의 금메달도 한 개 박탈됐다.

그러나 볼트는 2012년 런던올림픽 3관왕, 2016년 리우올림픽 3관왕의 대업을 이루며 올림픽 금메달 8개를 손에 넣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무려 1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화로 남을 기록이다. 그가 보유한 남자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기록은 '넘볼 수 없는 기록'으로 꼽히기도 한다.

볼트는 13일 오전 5시 50분 열리는 남자 400m 계주에서 현역 마지막 레이스를 펼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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