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속개" 여론차 미미
지리·산업적 관련성 커 여야 막론 쟁점화 전망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탈원전'에 대한 경남·부산·울산 여론이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진행한 원자력발전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부·울 응답자의 44%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을, 39%가 건설 속개를 지지했는데 이는 같은 갤럽의 지난달 중순 조사와 비교해 중단 여론이 하락(46%→44%)하고 반대로 속개 여론이 상승(34%→39%)한 것이다.

물론 중단 여론이 더 높긴 하지만 미미한 차이인 데다, 또 무엇보다 속개 여론이 더 높은 조사도 없지 않다. 서울신문이 창간 113주년을 맞아 지난달 13~15일 진행한 여론조사(경·부·울)에 따르면,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조치에 '반대한다'(47.4%)는 의견이 '찬성한다'(42.1%)보다 5%p가량 더 많았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치세력으로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야말로 청신호요, 반대로 정부·여당과 진보진영 입장에서는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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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 원전 반경 지도.

안 그래도 "탈원전은 경남·부산지역 지방선거 대책의 일환"(홍준표 한국당 대표)이라는 인식을 보여온 보수세력이다. 한국당은 홍 대표를 필두로 그의 최측근인 도내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의원 등이 원전산업 경쟁력 약화와 지역경제 피해 우려를 제기하며 탈원전 반대 여론 확산에 앞장서고 있고, 바른정당 역시 부산지역 보수세력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비슷한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원전 설계 및 건설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가 원전에 있다"며 "탈원전은 잘못된 신념을 바탕으로 한 독재적 발상이다. 꼭 막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김무성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되는 건 둘 다 내년 지방선거 경남·부산지역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인물 거론은 이르지만 누가 경남도지사·부산시장 후보가 되든,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로 나서든 탈원전 문제를 집중 쟁점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재선 도전이 유력한 서병수 현 부산시장의 탈원전 지지 입장이 또 다른 변수일 수는 있다. 홍준표 대표는 7월 19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서병수 시장이 당 방침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안 된다"고 공개 경고를 보냈었다.

공교롭게도 탈원전 정당성을 설파하는 정부·여당 쪽 대표 인사 또한 경남도지사·부산시장 후보군이다. 김경수(더불어민주당·김해 을) 의원과 김영춘(부산진갑 국회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김영춘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탈원전이 경남·부산을 의식한 조치라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경주 지진 등 여러 차례 지진을 겪으면서 부산, 울산, 경남 일대 원전 주변 주민의 공포감이 아주 커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원전은 전 국민의 문제다. 원전산업 종사자들이나 전문가 말처럼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이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서 탈원전 발언을 지속해온 김경수 의원은 지난 3일에는 '탈원전 정책 전망 및 해외동향' 토론회를 국회에서 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 어느 것을 보더라도 탈원전은 당연히 가야 할 길"이라며 "전력수급 불안이나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작다. 오히려 유가 안정세가 지속돼 에너지 전환 비용 부담이 적고 국민 인식이 변화하는 지금이 에너지 전환을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당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경남·부산은 내년에도 역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여야 모두 반드시 수성하거나 탈환해야만 하는 지역이다.

증세와 부동산 대책, 외교·안보 등 여러 이슈가 있지만 특히 원전 문제는 지리적으로나 산업적으로 경남·부산과 아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이 지역 유권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그 휘발성 또는 폭발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위상·권한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론과 이에 대한 정부 입장, 후속 조치, 그리고 보수 야권의 대응 하나하나를 지금부터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인용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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