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마산) 시민들이 겪는 불행 중 하나는, 바다의 정취를 느끼며 여유롭게 피서를 즐길 만한 데가 없다는 점이다. 창원시의 해안선 길이가 무려 324㎞에 달하는 데도 말이다. 통영이나 거제, 부산, 울산만 가도 '아 바다구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해안 휴식처가 즐비한데, 정작 다채로우면서도 유려한 해안선에 바다가 평화롭게 안긴 듯한 형상을 한 창원에서 그런 기쁨을 만끽하기란 쉽지가 않다.

구산면 심리로 향하는 길이나 창포만 일대는 드라이브 코스로는 손색이 없지만, 해안 휴식처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요즘 '귀산 앞바다'가 창원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건 우후죽순 들어선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힘입은 바가 커 보인다. 물론, 그나마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강점이 수많은 상점을 불러들였을 터이지만. 한때 '마산 앞바다' 하면 떠오르게 했던 어시장 '장어 골목' 일대는 어떤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수많은 논란만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는 방재언덕 공사판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옛 마산항 일대는 허허벌판인 채로 시민들에게 개방되다가 지금은 또 수변공원 조성 사업으로 통제되고 있다.

차를 타고 바다를 잠시 스쳐가든지, 커피숍에 앉아 잠깐 바다를 바라보든지, 장어 골목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언뜻언뜻 바다 내음을 맡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차도 없고, 돈도 없고, 잠깐의 여유도 갖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창원에 살면서도 바다는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구산해양관광단지나 로봇랜드가 장밋빛 미래로 운위되고는 있으나, 이 역시 "지켜봅시다"라는 언급 외에 더 보탤 말이 없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콕(?)에서 휴가를 보내려 했으나, 폭염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더위를 피해 보려 창원에서 온갖 궁상을 떨었던 한 '아재'가 내뱉어 보는 푸념이다.

/임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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