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차량 침몰 김순오·이준형 씨 나서
시민들도 구조에 동참 경찰서 2명에 감사장

바다에 침몰하는 차량에서 2명을 구조한 '통영 철인'이 화제다.

지난 10일 통영 미수동에서 동원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순오(67) 씨는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사고는 이날 오전 7시 37분께 미수동 세일냉동 앞에서 일어났다. 70대 부부가 타고 있던 승용차 뒤범퍼와 활어운반차 앞범퍼가 충돌하면서 이 충격으로 승용차는 튕기듯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와 4~5m 떨어진 바다로 날아서 떨어졌다. 이때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김 씨가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한 것이다.

그는 곧바로 다이빙했다. 김 씨는 평소 철인3종경기와 마라톤, 울트라마라톤 등으로 체력을 다진 운동인이었다.

당시 사고차량은 앞부분이 기울어 가라앉고 있었고 차 속에는 이미 물이 차 사고자들이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김 씨가 운전석과 조수석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통영경찰서가 교통사고로 바다에 침몰 중인 차량 속 노부부를 구한 김순오(오른쪽) 씨와 이준형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영경찰서

현장으로 몰려온 사람들에게 김 씨는 "119"를 외친 다음 차창을 발로 깨뜨리려 시도하며 계속 문 손잡이를 당겼다. 순간적으로 조수석 뒷문이 조금 열렸고 수압으로 차문이 닫히려 하자 그는 무릎을 끼워 넣은 채 손을 뻗어 조수석 여성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김 씨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을 향해 "한 명만! 한 명만!"이라고 소리쳤다.

김 씨의 외침에 성동조선해양에 다니는 이준형(35) 씨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씨는 조수석에서 먼저 구조된 사고자를 업고 도로 쪽으로 향했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밧줄을 구해 구조에 동참했다.

그 사이 김 씨는 운전석 사고자 손을 필사적으로 끌어당겼다. 사고자가 밖으로 나오자 차량은 바로 침몰했다. 노부부가 극적으로 구조되는 순간이었다.

김 씨는 "이분들이 (구조되지 못하고) 돌아가셨으면 평생을 후회했을 것이다.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기어이 구하고 말 것이란 생각을 그날 다짐하고 가슴에 새겼다"고 말했다.

함께 바다에 뛰어든 이 씨는 "사고 차량으로 먼저 뛰어든 김 씨가 초동대응을 잘했다"며 "김 씨가 '한 명만'을 외치자 바로 뛰어들었다. 조수석 여성을 업고 나오자 시민들이 밧줄을 던져줬고 손을 잡아줬다. 시민 20명 정도가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통영경찰서 관계자는 "도로는 직각 벽으로 사람이 올라오기 어려운 곳이다. 일반적으로 차량이 물에 빠지면 문이 안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행히 문이 열렸고 김 씨와 이 씨의 큰 수고로 사고자를 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영경찰서는 구조자 김 씨와 이 씨에게 지난 14일 감사장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김인규 서장은 "자칫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고였는데 시민들이 귀중한 생명을 지켰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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