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의 끝은 어딜까. 가을일까. 혹은 가슴 뜨거워지는 일, 마친 뒤일까. 어떤 행동이나 현상, 시기가 멈추는 순간이 있다. 복잡한 일들이 일순간 멈춰버리는 끝. 그리고 마지막이란 단어. 실직. 처음과 끝은 탄생과 죽음으로 많이 비유된다. 나는 청춘이다. 살아갈 날 많다. 하지만 흔들리고 흔들린다. 무수한 파도 위를 떠다니는 불안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지속된다. 끝없는 불안은 왜 끝이 없을까. 평온한 바다를 떠올리다가도 어김없이 불안은 태풍처럼 찾아온다.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작은 단막극도 절정에 치달을 때 모든 갈등의 원인들이 드러난다. 원인도 모르면 우울의 바다에 빠지겠지만 나의 불안의 정체는 안정적인 일자리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다는 것이 실로 어려운 현실이다. 안정이란 일자리는 한정적이다. 그 한정판 속에 들기 위해 무수한 노력들이 달려든다. 그렇지만 안정이란 울타리 속 또 다른 불안이 생겨난다. 산 넘어 산이고 바다 건너 바다다. 이런 비교된 가치들을 이겨내고자 마음먹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알고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중략…/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는 신성한 정신/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安易를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사무엘 울만 <청춘> 중에서

정년을 마친 청춘들과 첫 일자리를 가지려는 청춘들이 만난다. 희망취업프로그램에서도 우리 모두 청춘이다. 이 무시무시한 순간,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강의가 진행된다. 그중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다는 것. 다가올 일에 대한 중압감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모두가 바라는 안정은 비교를 통해 더욱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다. 마치 허공을 움켜잡으려는 것처럼.

2020년 또 다른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 말한다. 하얀 종이 위에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들이 분류된다. 정교함이 적고 반복적인 업무,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직업은 자동화가 대체될 것이다. 그에 반해 감성에 기초한 예술관련 직업은 자동화에 의한 대체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가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더해야만 살아남는다. 개미 같은 삶을 살기를 주입하던 세상, 베짱이 같은 삶도 주목받는 세상이다. 이러한 발상의 신선함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재화 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 현실에서 존재하지만 직업군으로 분류되지 못한 일자리들이 이름표를 갖기 시작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들은 하나의 직업만으로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두세 개의 직업들이 서로 융합된 일자리. 그렇다면 나를 필요 하게 만들어야 된다. 그리고 개인과 단체,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자리. 회사의 소모품이 아닌 존중이 수반된 일자리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프리랜서가 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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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러한 불안을 인정해야 될 때다. 불안을 안는다. 불안을 안기위해 애쓴다.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소중하다. 행복이라는 세 잎 클로버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다 보지 못한 것을 본다. 애쓰는 마음이 용기다. 이러한 마음으로 도전한다. 예측 불가능한 내일. 거센 파도가 눈앞이지만 행복을 가지고 도전한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흔들리고 흔들리는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불안이 선물한 것들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는 발견될 것이다. 격랑의 바다 건너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처럼. 밥 같이 먹자는 각시의 목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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