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되면서 내년도 임금인상을 놓고 노사 간의 이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영계는 경영악화를 피하려면 임금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일자리를 줄이거나 국외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 대폭 인상으로 말미암은 충격으로 우리 경제가 당장 재앙에 빠질 것이란 비이성적인 억지는 무시한다 치더라도 실제로 경쟁력이 낮아 지불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기업들의 고민은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 대상으로 산정하지 않던 상여금을 기본급에 반영시켜가며 임금총액은 묶어두는 수법을 내미는 사업주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더 극적이다. 내년부터는 아르바이트마저 쓸 처지가 안 되니 아예 사업을 포기하거나 전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아우성이다. 갑질 횡포를 막는 정부의 제도개선 대책과 한시적 지원책으로 급한 불은 잠재우는 듯 보이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일이다.

기득권층의 저항과 보수언론의 집중포화 속에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기는 했지만 현실은 절대 녹록하지 않다. 갑자기 올려놓고 영세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세금으로 막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기본급이 낮은 우리 임금구조상 최저임금을 올리면 연봉이 높은 노동자들까지 혜택을 보는 효과도 나타날 테니 차제에 각종 수당까지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하자는 개선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금이라도 적용대상을 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다.

이해당사자 간의 논란과 대립으로 말미암은 진통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최저임금은 갑과 을의 문제이지 을과 을의 문제가 아니요, 영세업자나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똑같은 인권과 생존권의 문제다. 그리고 양극화를 심화시켜온 개발성장과정의 낙수효과론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소득이 균형 있게 올라가면 경제가 훨씬 좋아진다는 방식에 대해서도 믿음이 필요하다. 경제는 돈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더 잘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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