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 영결식 치러져

"… 두 사람의 죽음을/두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하루 빨리 덮고 싶은 세상/그러나/잊지 말자/두 사람의 이름과/두 사람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한국마사회 마필관리사/박경근·이현준을/잊지말자." (신경현의 조시 일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박경근·이현준 마필관리사의 장례가 치러졌다. '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상 장례위원회'는 19일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영결식을 치렀다.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난 박경근 관리사는 2004년 입사했다 지난 5월 27일 새벽에,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현준 관리사는 2004년 입사했다가 지난 8월 1일 새벽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필관리사는 다단계 고용구조로, 한국마사회가 직접 고용하지 않고 조교사(협회)가 고용하는 비정규직이다. 한국마사회와 조교사(협회), 두 명의 마필관리사가 가입해 있었던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는 지난 16일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과 '고용안정'과 '노조 활동 보장' 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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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에서 이현준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영정을 만지며 울고 있다./윤성효 기자

이에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이날 장례가 치러졌다. 장례위원장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맡았다.

두 마필관리사의 빈소가 있었던 김해 한솔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날 오전 발인제를 지낸 뒤, 부산경남경마장 주차장에서 영결식이 치러졌다. 영결식은 운구차량이 도착한 뒤부터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묵념'에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고, 박준 민중가수가 조가를 불렀다. 이어 조사와 유족인사, 헌화 순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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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에서 박경근씨의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을 만지며 울고 있다./윤성효 기자

노회찬 "임금과 고용 보장, 노조할 권리 보장... 왜 두 사람이 목숨 끊고서야"

19일 오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 영결식에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조사를 하고 있다.

최종진 장례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열사들이 마지막까지 절망했던 현장을 희망의 현장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어머니의 절절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며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과 슬픔을 이제 남은 자들이 말관리사 직접 고용 쟁취를 위한 승리의 투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국회의원(창원 성산)은 조사에서 "두 분이 목숨을 끊고서야 임금과 고용보장, 노조할 권리 보장이 되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왜 이런 일이 두 분이 목숨을 끊기 전에 되지 않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며 "이번 기회에 마사회와 노동부는 처절하게 반성해야 하고, 정치권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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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 영결식에서 서형수 국회의원이 조사를 하고 있다./윤성효 기자

서형수 국회의원(양산을)은 "두 노동열사를 보내게 되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두 열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고,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이 잘 운영되도록 힘을 쓰겠다. 염치없지만 유가족 여러분께서 힘을 내시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박경근 조합원의 죽음을 헛되지 않도록 전 조직적인 열사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지만, 역부족으로 이현준 조합원을 또 떠나보내게 되었다"며 "마필관리사들이 더 이상 죽음의 경쟁에 내몰리지 않는 현장을 만들 때까지 더 강하게 뭉쳐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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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 영결식에서 서형수 국회의원이 조사를 하고 있다./윤성효 기자

한국노총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도 조사를 했다. 이어 유족 인사에서 박경근 관리사의 부인은 "동료 관리사분이 '경근이가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줬어요, 정말 고마워요, 잊지 않을거에요'라고 인사를 건낼 때 나도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면서 생각하게 되었다"며 "박경근 열사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자기를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현준 관리사의 동생은 "형님은 마필관리사로 첫 직장을 얻어 어린 말을 경주마로 키워내는 것을 즐기시고 자랑스러워 하셨다"며 "대의를 위해 던지신 형님의 한 몸 헛되지 않았다. 열사가 되어 돌아오신 형님,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양정찬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위원장은 호상인사에서 "지난 85일 동안 보여주신 동지들의 열렬한 연대투쟁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열사께서 열망하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며 열사의 한을 반드시 풀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운구행렬은 이날 오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한국마사회 부산동구지사 앞까지 거리행진한다. 두 관리사는 양산 솥발산공원묘원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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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노동열사 박경근-이현준 동지 전국민주노동자장" 영결식이 열렸다./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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