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달래는 의식에서 생겨난 제사
가족간 결속 역할, 최근엔 무용론도 제기

신(神)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것은 두려움이었는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고 한다.

원시 시대의 삶에는 수많은 위험이 따라다녀서 자연스럽게 늙어 죽는 일은 드물었다고 한다. 한창 젊은 나이에 기이한 질병이나 생활화된 폭력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탓으로 초창기 인류는 죽음을 결코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이처럼 초창기 인류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죽음을 관장하는 초자연적인 힘이 어디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우연한 사건이나 불가사의한 일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경탄으로 연결됐다. 신령스런 힘이 도와줄 것이라는 소망, 뜻밖의 행운에 감사하는 마음 등 종교적 믿음으로 확대됐다.

이런 현상들은 대부분 죽음에 대한 인식이 여러 가지 요소와 함께 작용한 나머지 탄생한 것이다.

죽은 사람을 땅에 묻은 것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여러가지 먹을 것과 물건도 시체와 함께 묻었는데, 그래야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살아있는 자를 저주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사는 죽은 자를 달래는 의식에서 생겨났다. 귀신을 숭배하던 의식이 아주 천천히 조상 숭배로 탈바꿈했다. 죽은 사람은 모두 두려운 존재였기에 반드시 영혼을 달래주어야 했다. 안 그러면 산 사람에게 저주를 퍼부어 삶을 엉망진창으로 망쳐 놓을 것이라고 여겼다.

제사가 점점 그럴싸하게 갖가지 명분을 쌓아간 이유다. 이 조상 숭배 풍습은 사회의 권위를 세우고, 사회를 지속시키고, 보수주의 및 질서를 세우는 데 아주 적합해서 금방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조상 숭배는 이집트, 그리스, 로마에서 성행했으며, 뒤이어 전 세계로 확대됐다.

제사가 아시아로 확대된 것은 물론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는 오늘날에도 정말 열심히 이 풍습을 지키고 있다.

신은 믿지 않아도 조상 제사는 섬기는 민족도 많다. 또한 제사는 가족을 강하게 결속시키면서 초창기 많은 사회에 보이지 않는 틀이 되었다. 의무감이 발전하면 양심으로 자리 잡는 것처럼, 귀신에 대한 두려움도 시간이 지나자 차츰 사랑으로 변했다. 귀신을 두려워하는 공포에서 비롯된 제시가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켰고, 마침내는 충성심과 헌신까지 하게 만들면서 점점 현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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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제사에 대한 불만과 무용론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세대간 인식 차이로 제사를 지내지 말자, 합치자, 그대로 두자 갈등한다. 제사를 둘러싼 종교적 입장 차이로 갈등을 넘어 집안이 가루가 되기도 한다.

이 모든 현상의 근원은 죽음에 대한 이해와 대응 때문이다. 그리고 귀신에 대한 대립과 삶의 무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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