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호 신임 행정부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새 정부의 국가비전과 국정 철학을 도정에 접목시켜 지역발전에 헌신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풀어서 이해하자면 적폐청산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건설의 한 축을 담당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약간은 추상적인 데다 구체성이 결여돼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부임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초임자에게 부담을 주거나 성급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부단체장 경험이 있는 만큼 도와 시군 어디에 어떤 병폐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어떻게 고쳐나가야 공정 공평한 행정풍토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봄 직하다. 하지만, 오래가서는 안 된다. 도정 공백상태가 길어 도민 상실감이 어느 때 없이 높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경남이 그동안 어떤 상황에 있었으며 경남 사람들이 무슨 불이익을 겪어야 했는지, 그로 인해 세대 간 계층 간 그리고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공부했을 줄 안다. 한 부지사는 1년도 채 안 되는 지사 권한대행 기간에 그런 산적한 과제와 씨름해야 하고 그걸 바로잡아 도민통합의 토대를 구축할 수만 있다면 최소한 절반의 성공을 자신해도 좋을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파탄 난 학교 무상급식은 이 지역의 학부모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지금도 홍준표 전 지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내년 선거를 기다리지 말고 대행의 권한으로 도와 시군 지원금을 원상으로 회복시킴으로써 학부모들의 눈물을 씻어줘야 한다. 진주의료원은 재개원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서부경남이 공공의료의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소통문제도 재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반대그룹이나 도정에 대한 비판적 인사를 향해 색깔론 내지 막말을 앞세워 말문을 봉쇄하는 바람에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져 대립을 일삼았음은 물론 불통이 체질화되다시피 됐다. 한 대행이 주어진 기회를 십분 살려 고향발전과 주민화합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하되 그렇게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정치적 자유로움이다. 약속한 대로 선거와는 담을 쌓고 과도기 도정 생산력을 최대화하는 것만이 능사일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