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하청 구조 속 위험한 일 도맡아 산재 사망사고 빈번

산업재해는 왜 하청노동자에게 끊이지 않나. 이유는 간단하다. 하청노동자가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다 보니, 자연스레 사고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STX조선해양에서 지난 2015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최근 3년간 하청노동자 7명이 숨졌다. 지난 2015년 2건, 2016년 1건, 올해 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놀랍게도 사고로 숨진 이는 모두 하청노동자다. 지난 2015년에는 스파크 사고로 화상을 입거나, 도장 작업을 하다 추락한 사고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2016년에는 노동자가 작업대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일 폭발사고로 하청노동자 4명이 한꺼번에 참변을 당했다.

현재 STX조선에는 하청업체 50여 개사에 소속된 노동자 1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 20일 휴일이었던 사고 당일에는 280여 명이 근무했고, 이 중 220여 명이 하청노동자였다.

폭발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진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사고 현장에서 21일 해양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 7개 기관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한 유족이 침통한 표정으로 사고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STX조선뿐만 아니라 전체 통계를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재 사고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조선·철강·자동차·화학 등 51개 원청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15년 기준 노동자 1만 명당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사내 하청이 0.39명으로 원청 0.05명보다 8배가 많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 대형 3사에서 산재로 숨진 사망자가 3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하청노동자가 29명으로 78%를 차지했다.

이김춘택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은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노동자 10명 중 8명이 하청노동자이니, 하청노동자 산재 사고가 많은 게 어쩌면 당연한 통계"라며 "도장업은 정규직이 없다. 조금 더 위험한 업무는 대부분 하청노동자가 하기에 하청노동자 사망률이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고나 이번 STX조선해양 사고나 모두 휴일에 일어났다. 휴일일수록 하청노동자가 더 많이 일한다. 물량팀, 일당직 노동자의 경우 휴일이 의미가 없다. 출근한 날만큼 임금을 받기에, 회사에서 휴일에 일하러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소에서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다단계 하청 구조'를 지적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은 "삼성중공업에 150여 개 하청업체가 있다. 그 밑에 물량팀, 불법 인력업체까지 하면 약 300∼400개 업체가 있다. 그 업체들이 서로 아무 소통 없이 일한다. 삼성중공업뿐만 아니라 조선소 원청회사는 일이 바쁘다고 작업을 혼재해서 다 같이 일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면 총체적 안전관리가 안 된다. 조선소 다단계 하청구조에서는 대형 인명사고가 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김병훈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도 "위험한 작업은 하청노동자가 하고, 그 작업을 오랜 시간 하기에 하청노동자 산재 사고가 많다. 특히, 휴일에는 안전 인력이 거의 없다. 휴일에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나. 평소 매뉴얼처럼 해야 하지만, 휴일에는 작업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이 적으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하청 노동자는 작업 통제권이 없으니, 위험하더라도 일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휴일에 누가 나왔느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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